인스타그램과 리멤버커넥트에서 각각 7만 뷰 나온 글. 온라인카지노에도 올려본다.
이직 상담을 하는 동료나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끔씩 이런 경우를 본다. 열심히 일하지만 허탈해하고, 연봉을 올려 이직하고도 만족하지 못한다. 그러니 나에게 상담 요청을 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 생각에 원인은 하나로 귀결된다. 자신이 온라인 게임인의 삶을 원하는지 직업인의 삶을 원하는지를 스스로 정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이 두 부류는 현재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것과 같이 겉으로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성이 완전히 다르다.
우선 온라인 게임인에게 중요한 것은 회사의 네임밸류, 연봉, 복지, 안정성이다. 그들에게 회사는 나의 삶을 영위하게 해주는 배경이자 울타리다. 그러니 더 크고, 더 안전하고, 더 탄탄한 곳 그리고 더 많은 연봉을 주는 곳을 찾아가는 것이 이 분류에 속한 이들에게는 어쩌면 올바른 성공 방정식이다.
반면 온라인 게임을 다니지만 직업인에 속한 부류의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커리어의 성장성, 주도적인 권한과 바카라임, 그리고 프로젝트의 퀄리티다. 그들에게 회사는 내 실력을 증명하고 성장시키는 무대이자 도구다. 그래서 때로는 연봉이 조금 낮더라도, 내가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이라면 과감하게 선택하곤 한다.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리다는 얘기가 아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회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게 크게 두 부류로 나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두 가지 정체성 사이에서 기준의 오류가 발생할 때 생긴다. 많은 사람이 '온라인 게임인'의 자세로 살면서 '직업인'의 성취를 동경하거나, 반대로 '직업인'의 길을 가면서 '온라인 게임인'의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한다.
예를 들어, 안정적인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좋은 연봉을 받고, 한 단계씩 위로 진급을 하면서 성취를 누리는 사람이(온라인 게임인), 스타트업에서 치열하게 일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는 친구(직업인)를 보며 부러워한다. "저 친구는 스스로 자기의 길을 개척하는데 나는 여기서 뭐 하는 거지?"라는 식이며, 반대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험난한 도전을 하는 사람이(직업인), 대기업 다니는 친구의 높은 연봉과 성과급(온라인 게임인의 기준)을 보며 자괴감에 빠진다. "나는 왜 저만큼 못 벌지?"와 같은 감정이다.
이것은 축구 선수가 야구 선수의 타율을 부러워하는 것과 같다. 애초에 게임의 룰이 다르고, 승리의 조건이 다른데 남의 잣대를 가져와 나를 괴롭히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조금 보태자면, 나는 삼성전자와 네이버라는 거대한 조직을 나왔을 때 주변의 우려가 컸다. 심지어 부모님께서는 우리 아이가 세상을 너무 모르고 엉뚱한 생각을 한다고 생각하셨다. 누구나 인정하는 대한민국 IT의 대표 기업 두 곳을 나 스스로 나왔으니 이런 우려와 걱정은 너무나 당연하다. '온라인 게임인'의 기준으로만 본다면 그 선택은 명백한 실수일 수 있었다. 최고의 네임밸류와 안정성, 높은 연봉을 제 발로 걷어찼으니까.
하지만 나는 결과적으로 온라인 게임인이 아닌 직업인이 되고 싶었다. 내 업에 대해서 더 좋은 커리어를 쌓고 싶었고, 업에 대한 내 스킬을 더 끌어올리고 싶었다. 그래서 연봉이나 간판, 회사의 안정성은 나에게 퇴사와 이직의 1순위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이후 규모가 작은 곳,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곳을 선택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그곳에서 브랜딩과 마케팅을 리드할 기회가 주어졌고, 나의 주도하에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매년 성장하는 짜릿한 경험도 느꼈다. 결국 그곳에서 얻은 경험의 밀도는 직업인으로서 나를 성장시켰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전혀 후회해 본 적이 없다. 나는 1번이 아닌 2번, 직업인의 삶을 애당초 선택했기 때문이다.
내가 온라인 게임인이라는 방향을 잡았다면 연봉과 안정성, 회사 내에서의 진급의 가능성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두는 것이 맞다. 그것이 전혀 나쁜 것이 아니다. 각자의 가치관일 뿐이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직업인의 길을 택했다면 온라인 게임인의 계산기를 내려놓아야 한다. 당장의 연봉 1000만원 인상보다, 차장에서 부장으로, 부장에서 임원으로의 진급보다, 이 회사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좋은 복지보다 이곳에서의 이 프로젝트가 내 커리어에 어떤 한 줄을 남길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지금 한번 스스로 점검해 보자. 우리는 온라인 게임인인가, 직업인인가. 나의 가치관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 그리고 혹시 이직의 결정에서 고민이라면 직업인의 길을 가면서 온라인 게임인의 계산기로 채점을 매기고 있거나 혹은 그 반대이지는 않은가를 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