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면 좋은 얘기 잔뜩한다.

드라마 <허준>의 명장면 중 하나가 있다.

https://youtu.be/vg0uC69OmLw?si=zXGCcpYuvDAnfPXi


"소인 반위를 보았습니다."

"위의 모습은 콧구멍으로부터 갑니다. 꼬불꼬불한 것을 펼치면 위의 크기는 한 자 다섯 치입니다."

"지름이 다섯 치로서 물과 곡식 서 말 닷 되를 받을 수 있으며, 늘 차 있는 음식물은 두 말이, 저당된 물은 한 말이 됩니다."


허준이 스승 유의태를 해부하고, 직접 반위(위)를 본 뒤 어의 양예수에게 위의 모습을 설명하는 장면이다.

가끔 이 장면을 떠올릴 때가 있다.


아마 내일도 이 장면을 떠올릴 것 같다.

식물 속 단백질은 밀과 콩, 쌀이 모두 다르다.

쌀의 단백질은 백미 표면에 단추처럼 박혀 있는 형태이고, 콩의 단백질은 조직 안에서 구형으로 존재하면서 지방을 비롯한 영양소의 저장기관 역할을 한다.

식물성 단백질은 용해도에 따라 알부민, 글로불린, 글루텔린, 프롤라민으로 나뉜다.


그런데 단백질을 추출하는 방법에 따라서도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조성이 달라진다.

알코올을 처리해서 단백질의 용해도를 떨어뜨리면 글루텔린이나 프롤라민 같은 불용성 단백질이 많은 형태로 나오고,

알칼리로 녹인 뒤 등전점까지 산침전시키면 글로불린과 글루텔린이 많은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그냥 물로 추출하면 알부민이 주로 나온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단백질은 그냥 '뽑아내면' 끝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무엇을 원료로 쓰느냐에 따라 다르고,

단백질이 어디에 존재하느냐에 따라 다르고,

어떤 단백질을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다르고,

어떤 공정을 거치느냐에 따라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조성과 물성이 달라진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가 더 어렵다.


추출한 단백질을 어떻게 분리하고,

어떻게 농축하고,

어떻게 건조하고,

어떻게 원하는 물성을 만들 것인가.


단백질의 크기와 밀도, 용해도와 표면특성에 따라 분리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단백질 생산장비 하나 가져다 놓는다고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단백질 추출공정과 제조공정은 경험과 숙련도가 필요한 분야다."


나는 2010년부터 식물성 단백질의 추출과 생산, 이용과 영양가, 조성에 대해 연구해왔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바카라 몇 권 보고 "단백질을 분리해보겠습니다"라고 하면 소량의 단백질을 추출하는 것 자체는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과 실제 양산 가능한 단백질 추출공정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실험실에서 몇 백 g 만들어지는 것과,

공장에서 수백 kg, 수 ton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이런 기본적인 기술도 경험도 없이 "단백질을 만들어보겠다"는 사람들에게 사업비는 잘만 주더라.


그리고 나중에는

"국산콩으로는 원래 단백질이 잘 안 만들어집니다."

라는 식의 핑계 아닌 핑계를 대기도 한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답답하다.


원료가 문제인지,

공정이 문제인지,

분리조건이 문제인지,

장비가 문제인지,


아니면 애초에 목표로 하는 단백질의 정의가 잘못된 것인지부터 봐야 하는 것 아닌가.


"반위를 직접 보고 설명했던 허준처럼, 원료 안을 실제로 들여다보고 이야기해야 한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나는 쌀이든 콩이든,

단백질이든 전분이든 식이섬유든,

그것이 어디에 있고,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어떻게 분포하고,

무슨 역할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분리할 수 있는지,

하나하나 설명할 수 있다.


내일 전주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에서도 아마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다.


좋은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만들어본 사람은,


"왜 되는지뿐만 아니라 왜 안 되는지도 설명할 수 있다."


그 차이가 기술이고,

그 차이가 결국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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