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수치화한다. 식품을 디지털로 만든다

"맛을 수치화해서 디지털로 만들겠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 대개 세 가지 반응이 나온다.


잘 모르는 사람은

"그게 무슨 의미인가요?"


조금 걱정하는 사람은

"뭔지 대단할 것 같긴 한데, 엄청나게 힘들 것 같네요."


그리고 이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기대됩니다. 같이 해요."


나는 거의 30년 동안 식품이라는 산업에 엮인 다양한 분야를 연구해왔다.

그러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이 하나 있다.


"하는 일에 비해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


식품 하나를 만들려고 해도 따져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원료를 구해야 하고, 제조해야 하고, 품질을 관리해야 하고, 각종 서류를 만들어야 한다.

시설과 장비도 필요하고 사람도 필요하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이 붙어서 만든 제품이 고작 1~2천 원에 팔린다.


반면 요즘 AI를 활용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업은 불과 몇 명의 인력으로도 엄청난 규모의 사업을 만들어낸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나는 식품산업이 아직 디지털 산업으로 충분히 전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



1. 우리는 쌀 회사인가?


겉으로 보면 우리는 쌀산업을 하는 회사다.

회사 이름부터 그렇다. 라이스밸류.. 라고.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우리의 본질은 조금 다르다.


"우리는 식품산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푸드테크 기업이다."


쌀은 그 기술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한 가장 좋은 출발점이다.

언젠가는 쌀과 푸드테크의 위치가 뒤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쌀이 사업의 앞에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푸드테크가 본체이고 쌀은 그것을 현실의 사업으로 구현한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애플도 비슷했다.

사람들은 애플을 PC와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운영체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칩 설계 등 엄청난 기술적 경쟁력이 자리 잡고 있다.


하드웨어는 그 기술을 세상에 구현하는 하나의 형태일 뿐이다.


나는 우리도 그렇게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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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의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우리의 근본기술은 의외로 단순하게 정의할 수 있다.


"맛을 디지털화하고, 식품을 디지털 정보로 만드는 것."


식품과 식재료, 품종, 생산환경, 가공기술, 품질특성 등 식품을 구성하는 모든 정보를 데이터화한다.

그리고 그것을 데이터센터에 저장한다.


필요할 때 꺼내서 조합하고,

필요한 품질을 찾아내고,

필요한 식품을 다시 물리적으로 출력한다.

나는 이것을 하나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다.


"Food OS"


식품을 데이터로 저장하고,

데이터를 다시 식품으로 출력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이것은 어렵다.

하지만 AI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이런 작업을 사람이 직접 수행해야 했다.

이제는 데이터가 잘 정리되어 있다면 AI의 도움을 받아 훨씬 빠르고 쉽게 수행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보는 미래의 식품산업은 단순히 "식품을 만드는 산업"이 아니다.


"식품을 데이터화하고, 그 데이터를 다시 식품으로 구현하는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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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래서 쌀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우선 쌀부터 데이터를 만든다.


품종별 특성을 분석하고,

지역과 기후를 기록하고,

생산자와 재배방식을 기록하고,

연도별 변화를 기록한다.

그리고 맛뿐만 아니라 외관과 물성까지 식품의 종합적인 품질을 수치화한다.


결국 하나의 쌀에 하나의 고유한 디지털 ID를 부여하고,

그 ID에 해당하는 품질 좌표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알고 있던 "쌀"의 개념이 달라진다.

더 이상

"신동진 쌀입니다."

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 쌀은 이런 품질 좌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그 순간 쌀은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라 "데이터 객체"가 된다.





4. 이것이 푸드테크다.


지금까지 푸드테크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로봇, 스마트공정, 배달앱, 개인맞춤형 식품 같은 것을 먼저 떠올렸다.

물론 그것들도 푸드테크다.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


"식품산업 자체를 디지털로 재정의하는 것."


식품을 데이터화하면 그 순간 식품은 다른 산업의 기술과 연결될 수 있다.


AI가 분석할 수 있고,

IT가 관리할 수 있고,

다른 분야의 연구성과와 결합할 수 있고,

품질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이터로도 활용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만들어진 데이터가 연결되면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푸드테크의 다음 단계다."





5. 결국 데이터가 경쟁력이다.


얼마 전 투자심사를 받을 때도 나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회사를 단순히 쌀산업을 하는 회사로 봐주시면 안 됩니다.


우리의 밑바닥 경쟁력은 쌀과 식품에 대한 데이터를 관리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IP를 만들어내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Data Science 기업입니다."


투자사에서는 다행히 그 이야기를 잘 이해해주셨다.


AI 시대에는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보다,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가,

그 데이터를 얼마나 정확하게 구조화했는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다시 활용할 수 있는가"


가 훨씬 중요해진다.


나는 그것이 앞으로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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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래서 연구소도 바뀐다.


우리 회사 연구소에는 "푸드딥테크 연구소"라는 조직이 있다.


지금까지는 식품을 잘 아는 사람을 중심으로 사람을 뽑았다.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식품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데이터를 이해하고,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분석하고,

AI와 연결할 수 있는 사람들을 키울 것이다.


"식품회사에서 데이터 회사로."


이것이 내가 그리고 있는 변화다.




7. 나는 Architect다.


내가 프로필에 "Architect"라고 적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우리 회사에서 직접 모든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사업의 구조를 설계하고, 기술과 데이터를 연결하고, 그것이 빠르게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이고 싶다.


시스템의 설계자이자 창조주가 되고 싶은 것이다.


사업의 근간이 디지털로 바뀌면 엄청난 장점이 있다.


"실행 속도가 달라진다."


데이터가 쌓이고,

AI가 학습하고,

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같은 일을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반복할 수 있다.


내가 만든 OS가 빨리, 정확하게 작동할수록 회사도 그만큼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지금 만들고 싶은 것은 단순한 쌀 브랜드가 아니다.


"식품을 데이터로 이해하고,

데이터를 식품으로 구현하는 시스템."


쌀에서 시작하지만 쌀에서 끝나지 않는 것.


나는 그것이 "AI 시대에 우리가 만들어야 할 새로운 식품산업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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