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그런 적 있을 거다. 내 목소리인데 내 목소리 같지 않은. 거울 속 내 얼굴도 사실은 좌우가 뒤집힌 버전이다. 우리는 자기 몸 전체를 자기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없다.
오사카 출신 LA 기반 작가 나오타카 히로(Naotaka Hiro)는 이 간극을 'The Unknown'이라고 부른다. 원래 영화감독 지망생이었는데, 18살에 미국 가서 영어를 못하니까 촬영팀을 못 꾸렸다. 결국 카메라 앞과 뒤를 혼자 오가며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게 지금 작업의 출발점이 됐다.
캔버스에 직접 몸을 밀고, 문지르고, 부딪혀서 흔적을 남긴다. 타이머 2시간 맞추고, 알람 울리면 멈춘다. 수정 없이. 자기만의 규칙을 세워놓고 그걸 또 깨기도 한다. 실수가 나면 좀 우울해진다고. 그래도 그게 작업의 일부라고 받아들인다.
UCLA에서 몸과 음식을 재료로 쓰는 도발적 퍼포먼스 작가 폴 매카시 밑에서 20년 일했는데, 일본의 전위적 신체 미술인 구타이나 암흑 무용 부토를 오히려 미국에서 처음 접했다는 것도 흥미롭다.
작업 전에는 눈을 감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을 훑는다. 호흡, 자세, 혈류를 하나씩 확인하는 바디 스캐닝. 명상인 줄도 모르고 시작한 명상이다.
오랫동안 작업에서 얼굴을 가리고 문화적 배경도 드러내지 않았다. '아시아 작가'로 읽히는 게 싫었다고. 익명의 몸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2020년, 반아시안 혐오와 BLM이 동시에 터지면서 숨는 게 중립이 아니라 회피가 되는 순간이 왔다. 그때부터 얼굴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자기 몸을 알기 위해 몸을 쓰는 사람. 꿈은 다시 영화를 만드는 거라고 했다.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내가 모르는 내 몸은 어떤 모습일까?
Image: Something Curated
https://somethingcurated.com/2026/06/01/the-anonymous-body-naotaka-hiro-in-convers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