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조증을 기다리던 이유
오늘 의사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조증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하게 되었다.
내가 조증을 기다리는 것은 어쩌면 어릴 때부터 이어져 온 벼락치기 생활 습관의 극대화 버전일지도 모른다는 것.
나는 어릴 때부터 미루다가 벼락치기하는 습관이 있었다. 방학 내내 일기를 쓰지 않다가 개학 전날 몰아 쓰고, 평소에는 복습을 하지 않다가 시험기간이 되면 밤을 새워 공부했다. 매일 조금씩 하는 것은 지겹고 재미도 없었고, 벼락치기에 비해 효율도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벼락치기를 해도 결과는 꽤 괜찮았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이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을 텐데, 결과가 나쁘지 않으니 내가 옳다고 생각했다. 과정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단기 기억력과 집중력이 좋았던 것 같다. 한꺼번에 몰아치듯 공부해서 시험을 치르고 나면 대부분의 지식은 금방 날아갔다. 느리고 깊게 이해하면서 공부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어쩌면 인생도 벼락치기였다.
평소에는 느긋하게 지내다가 ‘준비 땅!’ 하는 순간 무섭게 달려서 결승점에 들어갔다. 그렇게 한 번에 몰아치는 데서 오는 쾌감도 컸다. 아드레날린이 확 올라오는 그 느낌이 좋았다.
나는 단거리 선수였다.
그런데 인생에는 단거리 종목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번아웃이 오고 양극성장애가 시작된 뒤, 경조증과 우울을 오갈 때는 조증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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