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쯤 <한국의 2020년~2022년 초과사망 분석 논문>을 제가 소속된 학회의 공식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주장하듯 코로나 백신이 효과적이고 안전했다면 설명이 불가능한 초과사망 패턴을 보였고요. 하지만 논문에는 백신의 백자도 나오지 않습니다. 만약 그 논문에서 백신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더라면 저널에 실리는 것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 논문이 발표되고 난 후, 해외로부터 이메일을 여러 건 받았습니다. 당신 논문이 "South Korea’s Excess Deaths Skyrocket Among Vaccinated Population"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작성되어 SNS상으로 공유되고 있는데 추가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내용부터, 당신 논문 결과는 한국의 초과사망에 코로나 백신이 관여했음을 의미하는데 왜 당신은 vaccine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느냐라는 항의성 내용까지 있었습니다.
답변을 했죠. 나도 코로나 백신이 관여하지 않았다면 이런 초과사망 패턴을 보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백신을 언급했더라면 이 논문은 동료심사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거다. 이해해 주길 바란다.. 뭐.. 이런 취지로요. 이번 글을 쓰면서 당시 그들이 공유해 준 기사를 검색해 보았는데 찾을 수가 없네요. 가짜 뉴스로 간주되어 삭제되어 버린 듯합니다.
현 학계 분위기상 초과사망 분석 결과에 백신이 관여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 그 논문은 저널에 싣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혹은 운 좋게 실렸다 하더라도 곧 게재철회됩니다.
2024년 4월에 Cureus라는 저널에 실린 일본의 암초과사망 분석결과가 그중 하나입니다. 당시 해당 논문을 읽고 쓴 글이 “정말 mRNA백신이 일본의 암초과사망을 가져왔을까?”였는데, 이 논문은 저널에 실리고 약 두 달 후 게재철회가 됩니다. 데이터가 조작되거나 결과에 오류가 있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저자들이 일본 암초과사망의 원인으로 백신을 지목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현재 이 논문 링크를 타고 들어가 보면 “RETRACTED”라는 표시가 주홍글씨처럼 새겨져 있습니다.
최근 비슷한 일이 또 벌어졌더군요. 이번에는 2024년 5월 BMJ Public Health에 발표된 서구권 국가들의 초과사망 논문이 게재철회가 되었습니다. 이 결정은 저널에 발표되고 무려 2년 이상 지난, 2026년 8월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매우 놀라웠습니다. 해당 논문은 Our World in Data에 기반하여 초과사망 분석을 한 것으로, 역시 결과에 오류가 존재해서 게재철회가 된 것이 아닙니다. 이번에도 이해 못 할 초과사망 패턴을 두고 코로나 백신과 연결시켜 해석한 것이 게재철회의 이유입니다.
이미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을 공식적으로 철회하는 이런 결정은 표절, 데이터 조작, 중복 게재와 같은 명백한 연구 부정행위나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구체적 증거가 나왔을 때 사용되는 극단의 조치입니다. 연구자 신뢰도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요. 그런데 코로나 시기의 초과사망 논문들은 논문 결과에 아무런 오류가 없었지만, 단지 <백신과 연관 지어 해석을 했다는 것>만으로 게재철회라는 놀라운 심판이 내려졌습니다.
한편 그들은 반드시 게재철회를 해야 하는 논문들에 대하여서는 한없이 너그럽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발표된 논문들 중 그런 논문이 한두 개가 아닌데, 2022년 Lancet에 발표된 2020~2021년 전 세계 초과사망 논문도 그중 하나입니다. <COVID-19 Excess Mortality Collaborators>라는 저자명으로 실린 이 논문은 게재 철회된 초과사망 논문들과 달리, 백신 접종이 2021년 초과사망을 낮추었을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도그마와 궤를 같이하는 논문입니다.
그런데 이 논문은 분석결과가 오류입니다. 초과사망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먼저 코로나 시기의 기대사망을 추정하게 되는데 이는 코로나 유행 전 사망률 추이에 의하여 결정됩니다. 무려 6개 수리모델의 앙상블을 이용하여 추정했다는 이 논문의 국가별 기대사망자수를 보면 유행전 사망률 변화 추이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얼마나 화려한 통계분석으로 포장을 했건, 결과가 엉터리라는 의미입니다. 이 문제점은 Letter to Editor에 구체적으로 지적되어 있습니다만 Lancet 은 결코 철회하지 않죠.
현재 인용횟수가 수천회를 넘어가는 코로나 백신에 대한 수리모델링 논문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신이 수천만 명 목숨 구했다는 Lancet논문을 읽은 소감"에서 왜 그 논문이 쓰레기인지를 설명드린 바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하고 지나가겠습니다. 이 논문은 2023년 mRNA백신 개발자에게 노벨상을 안겨주는데 혁혁한 공헌을 했다는 점에서 오류로 가득 찬 수리모델링 논문들이 세상을 혼탁하게 만드는데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리모델링의 오류를 지적하는 경구로 "All models are wrong, but some are useful”이라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 수리모델링 논문들은 그렇게 부르는 것도 과분합니다. “All models are wrong, and some are dangerous, destructive, deadly.. ”등으로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초과사망논문이든, 백신효과에 대한 논문이든 복잡한 통계기법, 현란한 수리모델링을 사용하면서 기존 도그마를 뒷받침하는 결과를 보고했다면 반드시 의심해봐야 합니다. 정말 세상을 속이기 쉽거든요.
초과사망, 수리모델링 등은 제가 전공하는 역학 분야에서 주로 다루는 연구주제입니다. 저는 코로나 전부터 역학 논문에 대하여 깊은 회의를 가지고 있었던 연구자였는데,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역학논문은 공해, 그것도 최악의 공해일 뿐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락다운, 마스크 의무화, 거리두기, 동선추적, 학교폐쇄, 백신 반강제 등을 시행하는데 소위 <과학적 증거>를 제공한 것이 역학논문들이었죠. NEJM에 까지 버젓이 실리던 그 kind of trash급 역학논문들..
저도 한때 인생을 불살라가면서 연구하고 논문 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교수라는 직함보다 연구자, 역학자라고 불려지는 것을 더 사랑했었죠. 하지만 common sense 없이 시행되는 작금의 수많은 역학연구들이 얼마나 위험하게 현실에서 악용될 수 있는지 인지하게 되면서 이제는 모든 것에 지극히 냉소적이 되어 버렸군요. 비단 감염병뿐만 아니라 만성병 분야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악화될 것이 분명합니다. 사람들은 더욱더 <과학적 증거>의 노예가 될 것이고요. 이런 현실에서 과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가끔은 끝없는 무력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현재 사람들이 철석같이 믿고 있는 <과학적 증거>라는 허상에서부터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이 정도가 지금의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