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보다 먼저 고마움이 떠오른 날
녹슨 철재 구조물을 타고 오르며 선명한 보랏빛을 피워낸다
학창 시절 나팔꽃을 영어로 '모닝 글로리(morning glory)'라 한다는 걸 알고는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꽃 이름 차체가 한 편의 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름보다 먼저 고마움이 떠오른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꿉꿉한 장마에도 생기를 잃지 않고 피어나는 모습을 보면,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새삼 배우게 된다
먹구름 사이로 스며드는 한 줄기 햇살처럼, 이 작은 꽃들이 잠시나마 마음의 근심을 내려놓게 해 준다
장마가 끝날 무렵에는 우리의 마음에도 맑은 하늘 하나씩 피어나기를 두 손 모아보며, 젊은 날에는 꽃의 이름과 아름다움에 감탄했지만, 지금은 견디며 피어주는 존재 자체가 감사함을 느끼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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