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자작 나무 숲에서
이병희
오랫만에 찾은 인제이기고 하고 인제를 찾을 때면 생각나는 문구가 생각난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는 '인제 왔다 벌써 가나. 원통해서 못 살겠다'로 바뀌었다. '어디 갔다 인제 왔나. 늦게 와서 원통하네'로도 불린다. 지역의 이미지가 이렇게 변한 것은 군민들과 인제군의 정성과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자작나무숲과 곰배령 등 내설악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6월의 인제에 가보지 않은면 원통할듯도 하다
"인제 가지. 언제가나"...
그렇다
드디어 오늘 원대리 자작나무숲을 걸으며, 사람과 사람의 인연도 화촉과 닮아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길을 밝혀주고 때로는 앞서 걷고, 때로는 뒤에서 밀어주며 함께하는 동행 말이다
백두대간 길에서 산과 들에서 그리고 일상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늘 함께해 주는 동행들이 있어 오늘의 걸음도 가능했다
숲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처럼,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그 인연들이 더욱 고맙게 다가온다
6월의 녹음이 짙어가는 자작나무 숲 아래에서, 우리 모두의 발걸음이 조금 더 가벼워지기를 바라며, 흰 나무들이 들려주는 속삭임에 귀 기울여본다
"함께 걷는 길이어서 더 아름답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오늘도 그렇게 우리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네고 있었다.
1>
동행
이병희
하얀 숲길에
네 사람의 발자국
자작나무도
우리 편이 되었다
2>
자작나무 숲에서
이병희
흰 기둥 사이
나란히 선 네 사람
숲이 먼저
우리를 기억한다.
3>
속삭임
이병희
말보다 먼저
숲이 건넨 인사
네 사람의 웃음이
초록으로 번졌다
4>
소곤소곤
이병희
자작나무 숲 아래
네 사람이 나눈 이야기
바람은 흘려보냈지만
추억은 숲에 남았다
5>
숲의 기억
이병희
소곤소곤 나눈 말들
자작작나무가 받아 적고
우리는
추억이 되어 내려왔다
자작나무 숲은
네 사람의 웃음소리를 오래도록 잎새에 매달아 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