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배우는 삶
길 위에서 배우는 삶 18회
백두대간, 나를 걷다
신의터재-무지개산-화령재-봉황산-비재-갈령삼거리
고개를 넘으며 마음도 깊어진다
신의터재에 도착하니 아침 공기가 제법 상쾌하다
오늘 걸어야 할 길은 무지개산과 봉황산을 지나 비재를 거쳐 갈령삼거리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 구간이다
거리는 길지 않아 보이지만 산길은 언제나 숫자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
신의터재를 출발하자 산은 금세 우리를 품어준다
간간히 비추는 햇살은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고, 산길은 짙은 녹음으로 가득하다
발 아래는 솔잎이 푹신하게 깔려 있고, 산의 바람이 지날 때마다 초록빛 물결이 일렁인다
첫 번째 봉우리인 무지개산으로 향하는 길은 가파르지 않으며, 화려한 무지개를 볼 수는 없지만 산길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초록빛이야말로 자연이 그려낸 무지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햇살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산길은 끊임없이 새로운 표정을 보여주고있다
무지개산을 지나 화령재에 내려서니, 예로부터 사람과 물자가 오가던 고개인 화령재는 지금도 길의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산을 오르는 길보다 고개를 넘는 길에서 더 많은 삶의 이야기가 태어났을 것이다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누군가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또 누군가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이 길을 걸었으리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다시 봉황산으로 향한다
이름만으로도 힘찬 기운이 느껴지는 산은 봉황이 하늘로 비상하듯 능선은 시원하게 이어지고 산길은 깊어질수록 더욱 고요해진다
정상에 서면 화려한 조망보다 먼저 찾아오는 것은 마음의 평온함이다
멀리 보는 눈보다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산을 늘 가르쳐준다
봉황산을 내려와 비재를 지나, 반복되는 산행은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며, 삶 또한 크고 작은 고개를 넘어가는 과정일 것이다
힘든 오르막이 있기에 능선의 여유가 있고, 긴 내리막이 있기에 다시 오를 힘을 얻는 것처럼
갈령삼거리에 도착했을 때 오늘의 산행은 마무리 되지만, 백두대간은 여전히 북에서 남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길은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쉬어갈 뿐이다
오늘도 여전히 백두대간은 내게 말없이 가르쳐주고 있다
고개를 넘는다는 것은 단순히 산 하나를 지나는 일이 아니며,어제의 나를 넘어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만나는 일이며, 삶의 무게를 견디며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일이다
결국 오늘도 산을 걸었지만, 나를 걸었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