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나를 걷다

길 위에서 배우는 삶

by이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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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배우는 삶
백두대간, 나를 걷다
큰재-개터재-백학산-개머리재-지기재-신의터재 (24.3km) 8시간 소요

오늘의 들머리인 큰재에는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이 자리하고 있다
큰재를 기준으로 왼편은 상주시 모동면, 오른편은 상주시 공성면을 연결하는 고개로 백두대간을 찾는 산꾼들에게는 익숙한 길목이다

이른 아침, 큰재를 출발하여, 산길에 들어서자 백두대간의 등산로는 오랜 세월 떨어진 솔잎과 갈잎이 두툼하게 쌓여 있어 발걸음이 한결 부드럽다
흙길은 완만하고 부드럽고 이어지고, 숲은 짙은 녹음으로 산객을 감싸 안는다
가파른 오르막에 숨을 몰아쉬기보다 자연의 리듬에 맞춰 천천히 걸을 수 있는 길이며, 발밑은 푹신한데 속깊은 곳에서 낙엽 소리는 산이 건네는 인사처럼 정겹다


개터재를 향하는 능선길에서는 계절과 상관없이 숲이 가장 아름다운 빛깔을 보여준다
연두빛을 지나 진초록으로 물들어 가는 나뭇잎들은 계절의 깊이를 더하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숲은 잔잔한 파도처럼 흔들린다

오늘 구간의 초고봉인 백학산(615m)에 다다르자 숲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름처럼 학이 내려앉을 듯한 백학산은 높지는 않지만 백두대간의 품격을 고스란히 간직한 산이다
정상에 서면 화려한 조망보다도 산이 주는 평온함이 먼저 마음에 내려앉는다.
백학산을 지나 개머리재와 지기재로 이어지는 길은 오르내림이 반복되지만 비교적 완만하다
능선은 부드럽게 이어지고 산은 끝없이 펼쳐진다
화려한 풍경 하나 없어도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산이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며, 바람소리, 새소리,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까지 모두가 자연의 음악이 된다

걷는 동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산은 언제나 제자리에 있지만 사람은 늘 어디론가 향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산길은 목적지보다 과정이 중요하며, 풍경을 바라볼때 또한 산길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

24.3km의 긴 여정을 마치고 신의터재에 도착하니, 몸은 지쳤지만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졌다
백두대간은 오늘도 말없이 가르쳐준 교훈이 있다
삶도 산행처럼 정상만 바라보며 달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걷는 사람과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임을 .......

산이 내어준 그늘 아래서 나는 또 한번 생각한다
서두를 필요도, 경쟁할 이유도 없으니, 한 걸을 한 걸음 내딛을 때 마다 산속의 나무들과 호흡을 맞추고, 나의 숨결도 맞추며 천천히 길과 하나가 되는 느낌을 얻고 가라고 말이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은 나무 본연의 색을 더욱 짙고 싱그럽게 물들이고, 이름 모를 산새들의 노랫소리는 적막한 산길을 풍성하게 채워준다
그렇게 오늘도 백두대간은 말없이 걸음을 이끌며 삶의 속도를 가르쳐준다
나는 또 한 번 백두대간을 걸었지만 결국은 내 안의 길을 걷고 있으니 , "길은 앞으로 나아가는 곳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만나는 곳이었다."

<산이 가르쳐준 삶의 속도>
신의터재를 닿았을 때 24.3km의 길은 끝났지만 마음 속 길 하나는 새로 시작되고 있었다
백두대간은 오늘도 말없이 말한다
길은 산 위에 있었지만, 배움은 내 안에 있었다
백두대간은 오늘도 묵묵한 능선으로 이어지고, 나는 그 길 위에서 삶의 한 페이지를 또 넘긴다
"서두르지 말 것
멈추지 말 것,
그리고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갈 것,"
그렇게 나는 산을 걸었지만 결국 나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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