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배우는 삶
추풍령-금산-사기점고개-무좌골산-용문산-국수봉-웅이산-민영봉-큰재(19.76km)
바람소리 깊은 봄빛 산길
길이란 걷는 모든 이들의 길이라고 했던가.
아무리 아름다운 길이라도 사람이 걷지 않으면 숲에 묻혀 버리고, 발길이 끊긴 길은 더 이상 길이 아니라 자연이 허락하지 않는 길이 되고말기 때문이다
산이 우리에게 내어준 백두대간길은 걷고 싶으면 걷고, 쉬고 싶으면 쉬며, 때로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을 때 찾아가는 길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누군가의 길이 아닌 나만의 길을 묵묵히 걸었고, 넓고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길을 따라 걷다보면, 백두대간은 마치 산이 우리에게 내어준 고속도로 같은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추풍령에서 큰재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경북 김천과 상주를 잇는 길이다
높지도 않고 시원하게 커지는 조망도 많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르막과 내리막은 마치 물결치는 너울 같다
걷다 보면 몸과 마음이 자연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기분은 매번 느끼지만, 백두대간은 늘 그렇다
어떤 구간은 거저 걷는 듯 편안하다가도 어느새 가파른 비탈길을 만나 숨을 몰아쉬게 하기 때문에 재미도 있고 , 더 오랜 기억으로 남는다
오늘 구간의 최공봉인 국수봉에 오르니, 충북 영동과 경북 상주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아래 마을들은 포근하게 산자락에 안겨있다
원래 이름은 국수봉이었으나 2012년 5월18일 국가지명위원회에서 "웅이산"으로 명칭을 정했다고 한다
산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능선 위로 솟은 산마루가 작은 곰의 귀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 하며,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산마다 품고 있는 이야기를 알아가는 것도 산행의 또 다른 즐거움으로 남는다
백두대간을 걷다 보면 웃을 일도 많고 이야기거리도 많다
용문산에는 서로 다른 정상석이 세워져 있어 잠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하지만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길을 잃을 걱정은 거의 없다라는 점이다
간간이 남아 있는 눈은 흑 속에서 녹아 길을 미끄럽게 만들었지만 모두 안전산행을 원칙으로 걸음을 옮겨보지만, 많은 걸음을 걷다보면 등줄기를 타고 흐르던 땀은 계절과 상관없이 흐르고, 마침 산들바람이 불어와 흐르던 땀을 식혀주었다
산이 건네는 작은 배려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큰재를 지나 완만한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회룡재.개터재.기지재.신의터재를 차례로 만난다
평소 같으면 무심히 지나쳤을 고개들이지만 백두대간을 천천히 걷다보니, 개터재 너머 윗왕실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최만재의 효행 이야기도 알수있었다
조선시대 한 젊은이의 지극한 효심을 담은 전설을 읽다보니 문득 먼저 떠나신 부모님이 생각나 가슴 한편 먹먹해졌다
이번 대간길을 떠나기 전에도 막둥이는 또 한번 묻는다
"엄마, 백두대간 예전에 저희 어렸을때 하셨다면서요. 그런데 왜 또 힘들게 하세요?"
참 많이도 들었던 질문이다
그렇다 "올라가면 다시 내려와야 하는 산을 왜 그렇게 자주 가느냐"고 .
하지만 산을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다
올라갈 때의 길과 내려올 때의 길이 다르고, 오전의 산과 오후의 산이 다르며, 계절도 다르고 함께 걷는 사람도 매번 다르다는 것을.
무엇보다 산은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 즐거움을 준다
산을 꾸준히 오르다 보니 체력은 덤으로 단단해지고, 산에 오를 때 마다 살아 있음을 실감하게 되니, 내게 산은 건강이고 생명인셈이다
비록 세월은 막을 수 없어 예전보다 힘에 부칠 때가 많지만, 그럴수록 더 신발끈을 단단히 묶는지도 모른다
"아직 걸어야 할 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다시 길 위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