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배우는 삶
백두대간, 나를 걷다
괘방령-가성산-눌의산-추풍령 (10.89km)
유적을 찾아 걷고, 옛길을 느끼는 즐거움
산행의 들머리인 쾌방령에 섰다
조선시대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이 넘던 고개로 알려진 곳이다
괘방령이라는 이름에는 "급제 소식을 내건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하니, 이 고개를 넘으면 과거에 급제하고, 인근의 추풍령을 넘으면 추풍낙엽처럼 돌아온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어쩌다 보니 장원급제의 길을 걷는다는 생각 때문인지 괜스레 마음이 들뜨고 기분이 좋아졌다
가성산716m 정상에 오르니 수많은 산악회 표식기가 눈에 들어오고, 그만큼 백두대간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등산 리본은 길을 안내하는 유용한 역할을 하지만 무분별하게 달린 표식기는 자연을 훼손하는 등산 문화의 단면이기도 하지만 백두대간을 하다보면 긍정과 부정의 두 모습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그럼에도 백두대간을 걸으며 중요한 갈림길마다 표식기의 도움을 여러번 받았기에 부인할수 없는 긍정의 효과이다
산행의 출발지인 괘방령은 해발357m의 낮은 고개지만 백두대간 마루금을 지나는 곳이며 금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으로 알려져있다
마루금을 따라 걷는 산길이 한없이 고요해서 인지 , 왠지, 눈이라도 내려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낙엽이 쌓인 숲길 위로 하얀 눈이 내려앉는다면 적막함은 더욱 깊어지고, 겨울 숲의 고요함은 한층 더 짙어질 것만 같았다
장군봉(624,8m)을 지나 오늘 구간의 최고봉인 눌의산(743m)에 도착해 숨을 고른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추풍령의 풍경은 또 다른 생각을 품게 한다
산 아래로 펼쳐진 마을과 길들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삶도 저마다의 능선을 따라 이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눌의산에서 추풍령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은 경사가 제법 가파르다
하지만 한 걸음씩 걷다 보면 어느새 추풍령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수있다
괘방령과 추풍령은 백두대간 구간 중에서도 가장 낮은 고개 속하며, 예로부터 사람과 물자가 오가던 중요한 교통의 요충지였다고 한다
그런 역사를 알고 나니 오늘 걷는 고갯길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바람은 시원했고, 길을 오래된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겨울의 끝자락인 2월 산길의 적막함과 대간길을 걷는 설렘이 함께 어우러지니, 삶의 길도 마찬가지일것이다
목적지만 향해 걷는 길보다 다양한 풍경과 이야기를 만나는 길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오늘 백두대간의 매력은 옛길이 간직한 역사와 정취를 온몸으로 느낄수 있었다는 데 있었기에, 그 길을 걸을수 있음에 함께한 일행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누구든 백두대간 산행을 계획한다면 무엇보다 여유 있게 일찍 출하는 것이 좋으며, 선두와 후미가 서로 호흡을 맞추며 함께 걸어간다면 더욱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이 될 것이다
결국 백두대간은 혼자 걷는 길이 아니라 함께 발맞추며 배우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