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된 이름 태조산

현충일에 걷는 천안의 진산

by이병희


역사가 된 이름 태조산

이병희

천안시 동남구 안서동과 목천읍 경계에 자리한 태조산은 해발 421.5m의 아담한 산이다
높이는 그리 높지 않지만 천안 시민들에게는 친숙한 진산으로 사랑받고 있다

태조산이라는 이름은 고려 태조왕건이 군사를 이끌고 이곳에 주둔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명 유래집"에도 천안 곳곳에 고려 태조 왕건의 발자취를 전하는 지명이 남아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태조산은 북쪽으로 성거산, 남쪽으로 흙성산과 이어지며, 천안의 역사와 자연을 함께 품고 있는 산이다
산세는 부드럽고 길은 순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걸을 수 있지만 곳곳에 깃든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현충일 아침 우리 일행은 태조산 산림레포즈시설 주차장에 모여 산행을 시작했다
몸을 풀기도 전에 마음이 앞선건지 발걸음을 옮겨, 테크로 조성된 능선길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완만한 길이라 생각했지만 초여름의 습한 공기는 만만치 않았다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은 어느새 옷깃을 적셨고, 숲은 짙은 녹음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등산로 곳곳에는 태조 왕건의 일대기를 소개하는 안내판이 세워졌다
1화부터 10화까지 이어지는 이야기중 "통일의 기쁨을 나누다' "모두의 천안을 이루겠노라" 라는 문구가 유난히 마음에 남는다
천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사람을 생각하고 나라를 걱정했던 마음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는 듯하다

동남구 유량동과 목천읍 덕천리 경계에 있는 도라지고개도 흥미로운 사연을 품고있다
원래는 조래미풀이 많아 "조라지고개"라고 불렸는데 세월이 흐르며 발음이 변해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고개가 워낙 험해 잠시 쉬기만 해도 졸음이 쏟아질 정도라 하여 조라지고개라 불렀자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길은 완만하지만 오르내림이 반복되며 은근히 힘을 빼놓는다
그래도 사람들은 늘 정상을 향해 걷는다
산에서도,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팔각정이 자리한 정상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소나무 향이 가슴 깊숙이 스며들어, 한동안 잊고 지냈던 여유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듯하다
우리 일행은 정상에서 솔바람을 맞으며 준비해온 과일을 먹고 있자니 겨울에 걸었던 구름다리가 떠올랐다
하얀 눈이 살짝 내려앉은 푸른 다리는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았다
바람에 따라 조금씩 흔들리던 다리를 건너며 삶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흔들림은 있어도 무너지지 않고 두려움은 있어도 끝내 건너가는 것 처럼.

시야가 탁 트이는 대머리바위는 천 12경중 하나이며, 왕자산 능선과 태조산 능선, 성거산 능선이 만나는 분기봉으로 천안 시내와 천호지, 천안대교가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특히 해맞이와 일몰 명소로도 유명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태조산 아래에는 고려 태조가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유왕서 터가 있고 중봉에는 각원사의 청동대좌불이 자리하고 있으며, 성불사에서는 산산음악회가 열려 시민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고 있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사람의 시간은 끊임없이 흐른다

오늘은 특별한 현충일이다
태조산 정상에 서서 천안을 바라보니 문득 이 땅을 지켜낸 수많은 이름들이 떠오른다
우리가 이렇게 자유롭게 산길을 걷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하루를 누릴 수있는 것도 나라를 위해 자신을 삶을 내어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고려 태조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역사 속 산길을 걸으며,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감사하는 시간을 갖는다
짙어가는 신록 사이로 불어오는 솔바람은 마치 오래된 역사의 숨결처럼 느껴진다
현충일 태조산은 말이 없다
그러나 그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기억해야 할 이름들을 떠올리고, 감사해야 할 마음을 배운다

푸른 6월의 숲길을 걸으며 다시 한번 고개 숙여본다
그들의 희생 위에 오늘의 평화가 있음을.


태조산 산행 코스
• 1코스:태조산공원관리 사업소 오룡정 태조산
(1.8km, 약 1시간)
• 2코스:유량동 > 구름다리 성불사 뒤 능선 태조산
(2.8km, 약 1시간 20분)
• 3코스 : 각원사 관광지주차장 유왕골고개 > 태조산
(3.4km, 약 1시간 30분)
• 4코스:원성동체육공원 > 구름다리> 2코스 합류 태조산 (5.3km, 약 1시간
50분)

태조산 산림레포츠 시설
• 짚코스터
• 로프코스
• 네트코스
• 어린이 숲모험시설
• 무장애 나눔길


태조산은 높지 않지만 역사와 자연, 그리고 천안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 있는 산이다. 짧은 산행 속에서도 걷는 즐거움과 사색의 여유를 함께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현충일에 찾은 태조산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과거를 기억 하고 오늘을 감사하게 만드는 살아 있는 역사 교과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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