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품은 바위산

숨은 명산 달바위봉

by이병희


달은 품은 바위산
2026.5.30
경북 봉화 달바위봉
대현1리-칠성암 방향-달바위봉-작은 달바위봉-정법사-대현교 (6km)


우리는 흔히 경북 봉화라고 하면 쳥량산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달바위봉은 이름조차 낮선 산으로 숨은 명산이라는 말과 암릉산행이라는 설명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5월의 끝자락, 초록이 짙어가는 숲과 거친 암릉이 어우러진 달바위봉은 곳곳에서 글강송의 붉은 기운이 위용을 뽐낸다
다만 먼길을 달려온 우리에게는 산행거리가 조금 짧게 느껴지는 것이 아쉬움이었다
대현1리에서 시작해 칠성암을 지나 달바위봉에 오르는 길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로프를 잡고 바위을 넘으며 숨을 고르다 보면 어느 순간 세상이 사방으로 열리고, 발아래 겹겹이 이어진 산들은 마치 구름 위 파도처럼 출렁인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산뿐이다
어쩌면 달바위봉은 태백산과 청옥산의 유명세에 가려진 산 인지도 모른다
달바위봉은 본래 월암봉 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한글 이름인 달바위봉이 더 정겹게 다가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조선 제6대 임금인 단종이 세상을 떠난 뒤 백성들이 그의 영혼을 기리기 위해 태백산에 올랐다고 한다
그때 동쪽을 바라보니 산 아래 깔린 운해 위로 바위 봉우리 하나가 달처럼 봉긋 솟아 있는 모습이 보여 "달바위봉'이라 불렀다고 한다.

달바위봉의 높이는 1,092m로 생각보다 높지만 들머리인 대현1리의 고도가 약650m여서 실제 체감 고도차는 크지 않게 느껴졌다
그러나 험한 길 끝에 얻는 풍경이라 조망은 더욱 깊고 넓게 다가온다
정상부는 거대한 암릉과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아찔한 긴장감을 주지만 대신 봉화의 산군과 태백산 권역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단순히 암릉 구간 정도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며, 곳곳에 거의 직벽 가까운 암벽이 이어지고 로프를 잡고 올라야 하는 구간도 많아 방심했다가는 큰코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날씨 또한 더없이 좋아, 오르는 내내 조망이 열렸고, 멀리 풍력 발전기가 힘차게 돌아가는 매봉산도 한눈에 들어왔다
아마 경북의 최북단에서 강원도일대를 바라보는 풍경일 것이다
사람들은 경계를 긋고 살아가지만 산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여전히 산과 산을 이어주고 있었다

장싱에 도착해 옆을 바라보니 작은 달바위봉(1,073m)이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형과 동생이 나란히 가까운 듯 멀리 서 있는 모습과도 같았다
형을 만났으니 동생도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발길을 옮겼다
짧은 거리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우회로가 거의 없어 온전히 암릉을 타고 내려가야 했으며, 작은 달바위봉을 약50m 남겨둔 지점에는거대한 석문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큰 바위가 길을 막고 있었다
배낭을 멘 채 지나가기에는 통로가 좁아 배낭을 벗어 앞사람에게 건네고서야 겨우 통과할수 있었다

작은 달바위봉에 올라서니 거친 암릉의 성격은 더욱 분명해졌다
달바위봉의 암릉은 아름답지만 결코 순하지 않았다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울퉁불퉁한 바위 능선으로 이어지는 하산길 역시 만만치 않다
산행은 오를 때보다 내려갈때가 더 위험하다고 했던가, 긴장을 놓지 않으려 스스로 다짐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보폭을 줄여 나갔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경북의 숨은 명산 하나를 완주했다는 통쾌함이 밀려왔고, 구름 위 달처럼 봉긋 솟은 달바위봉. 이 아름다운 풍경을 혼자만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산이었다.


정상에 핀 세 송이

이병희

바위 끝에
꽃은 보이지 않는데

환한 계절 셋이
나란히 피어 있다

산은 높이를 자랑하고

웃음은
풍경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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