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나를 걷다

길 위에서 배우는 삶

by이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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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나를 걷다( 11~12구간)
육십령-할미봉-남덕유산-삿갓재(1박)-무룡산-동엽령-백암봉-횡경재-지봉-빼재

백두대간 길은 산을 잇는 길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길이다
이번 11-12구간은 육십령에서 시작해 남덕유산의 웅장한 능선을 넘어 덕유산국립공원의 깊은 품을 따라 뼈재까지 이어지는 여정이다
해발 1,500m안팎의 봉우리들이 연이어 펼쳐지는 구간으로 백두대간의 장쾌함과 덕유산의 넉넉함을 동시에 품고 있는 산이다

육십령을 출발해 할미봉으로 오르는 길은 몸을 깨우는 첫 시험대였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능선에 올라서자 덕유산 자락의 산그리메가 겹겹히 펼쳐지고 산은 말없이 오르는 이의 마음을 받아주고 있었다

남덕유산 정상에 섰을때는 한 걸음 한 걸음 쌓아온 시간의 무게가 발 아래 펼쳐졌다
높이보다 더 크게 다가온 것은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이 아니라 그곳까지 걸어온 나 자신의 흔적임을 알수있었다
첫날은 삿갓재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해가 지고 산이 어둠속으로 잠기자 대피소의 작은 불빛은 유난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산에서는 화려함보다 소박한 쉼 하나가 더 큰 위로가 되며 함께하는 일행들의 웃음소리와 하루의 피로가 뒤섞이며 또 하나의 추억이 만들어졌다
사진 속 삿갓대피소 앞에 선 우리들의 얼굴에도 그 하루가 고스란히 담겨져있다
차가운 새벽공기 속에서도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은 정상의 기쁨보다 함께 걸어온 동행의 소중함을 말해준다

이튿날 새벽 무룡산으로 향하는 길은 고요했으나 바람은 능선을 따라 흐르고 산은 아직 잠에서 덜 깨 듯 적막함으로 발걸음 소리만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
동엽령을 지나 백암봉에 이르자 덕유의 산줄기는 더욱 넓고 깊게 펼쳐짐을 한 눈에 볼수있었다봉우리 하나를 넘을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나타났고 그 풍경은 다시 다음 걸음을 재촉한다

횡경재를 지나 지봉으로 향하는 길은 긴 여정의 끝자락이었다
다리는 무거워졌지만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졌다
산은 늘 그렇듯 욕심을 내려놓게 하고 비워낸 자리만큼 새로운 힘을 채워주고있었다

마침내 도착한 빼재
도착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으로, 백두대간은 한 구간이 끝날때마다 다음 구간을 향한 그리움을 남긴다
그래서 대간길은 완주를 목표로 걷기보다 걸으며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이번 11-12구간에서 나는 다시 산의 가르침을 배웠다


산은 높아서 오르는 것이 아니라 오르며 겸손해지기 위해 존재 한다는 것.
그리고
그리고 백두대간은 산줄기를 잇는 길이 아니라 삶과 삶을 이어주는 길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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