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나를 걷다

길 위에서 배우는 삶

by이병희



백두대간, 나를 걷다( 10구간)
부항령-박석산-삼도봉-감투봉-푯대봉-삼마골재-화주봉-우두령

겨울에 피어난 눈꽃산행

이병희

해인산장의 아침은 분주했다
백두대간 길에서는 출발 전 준비가 곧 하루의 완성이라고 말하고 싶은 이유는 배낭 하나에도 리듬이 필요하고, 작은 장비 하나에도 안전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 긴장감마저 이제는 대간꾼의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었다

해인산장 어르신의 차량으로 부항령까지 편안하게 올수있는 것 또한 백두대간에서의 최고의 선물이며, 낯선 산길에서도 사람의 온기 하나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백두대간은 늘 그런 마음을 먼저 가르쳐준다

부항령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산길은 조용했고, 겨울 산은 고향처럼 포근했다
한 시간쯤 올랐을까, 바람도 쉬어갈 듯한 소나무 한그루가 우리를 붙들었다
첫날 내린 눈은 가지마다 내려앉아 있었고, 산은 이미 작은 설국이 되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우리는 겨울의 깊은 숨소리를 바라보았다

아이젠을 꺼내신었다
차가운 쇠 발톱 하나에도 안전을 향한 마음이 단단히 묶인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결국 산길을 찾아 걷는 사람들이며, 무언가 거창한 의미를 찾기보다 그저 오늘의 능선을 넘기 위해 묵묵히 발을 옮기며 걷는 이유이기도하다

신기하게도 산에서는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는다
하지만 농담과 웃음, 살아온 이야기들이 하얀 눈길 위로 가볍게 흩어지고, 그렇게 걷다보니, 삼도봉이었다
우리는 각자 준비해 온 점심으로 허기를 채우고, 다시 밀복재 방향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폭설은 아니었지만 눈 덮인 나무들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여름에는 볼수 없는 풍경들이 하햔 가지 끝마다 매달려 있었고, 백두대간 능선은 민족의 등줄기라는 말 그대로 거대한 병풍처럼 산과 산을 이어주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주며 겨울 하루의 추억을 나누었다
겨울 산의 묘미는 누구라도 사진작가가 되는 이유같은 이유이며, 눈꽃은 풍경마저 순하게 만들고 사람의 표정까지 환하게 바꾸어 놓는다
아마도 하얀 끌림 때문일 것이다

눈 내린 산길을 기다리는 사람들, 첫 발자국을 남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오늘의 능선은 오래 기억될 선물같은 길이었다
산줄기가 시원하게 펼쳐친 능선을 걸을며, 가슴속까지 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시간은 어느새 오후 네 시를 향하고 있고, 오랫동안 아이젠을 신고 걸은 탓인지 내려가는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벗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겨울 산을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아주지 않았다

우린 마지막 봉우리인 석교산에 닿았을 때, 다시 한번 정상의 의미를 생각했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힘들어도 결국 그 순간을 위해 걸으며, 정상에 닿았을 때 벅찬 숨, 그리고 끝까지 걸었냈다는 안도감은 있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변화무쌍한 겨울 날씨 속에서 아이젠은 끝내 벗지 못한 채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우두령으로 내려섰다
드디어 오늘의 목작지 우두령에 도착하였고, 나는 그날 자연 앞에서 다시 겸손을 배웠으며, 순백의 설경 속에서 오랫만에 황홀함이라는 감정을 만났고, 눈 쌓인 백두대간 능선 위에서 시간처럼 켜켜이 쌓여가는 눈의 나이테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 겨울의 능선은 지금도 마음속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다.


눈의 나이테

이병희

능선 위에
눈이 한 겹 한 겹 더 쌓일 때마다

나는
조금 더 겸손해짐을 배웠다,


[이병희의 길 위에서 배우는 삶 11회] 백두대간, 나를 걷다(10구간) - 골프타임즈[골프타임즈=이병희 작가] 겨울에 피어난 눈꽃산행해인산장의 아침은 분주했다. 백두대간 길에서는 출발 전 준비가 곧 하루의 완성이라고 말하고 싶은 이유는 배낭 하나www.thegol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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