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나를 걷다

길 위에서 배우는 삶

by이병희


백두대간, 나를 걷다( 9구간)
빼재-삼봉산-삼도봉-대덕산-덕산재-부항령

새벽의 뼈재는 이름부터 한 번 사람을 멈춰세운다
가벼운 마음으로는 넘지 못할 것 같은 고개라서 그런지 숨은 얕아지고 배낭은 어깨보다 마음에 더 무겁게 얹힌다

삼봉산에 오르자, 능선는 조금씩 말을 풀기 시작하고, 겹겹의 산그리메 사이로 먼 길을 걸어온 사람들의 침묵이 흐르고, 발끝아래로는 지나온 시간이 천천히 뒤로 밀려나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삼도봉에 닿았을 때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싶어졌다
세 개의 도가 만나는 자리, 경계는 사람의 말로 나뉘었지만 산은 한 번도 자신을 나눈 적이 없었을 것이다
바람은 충청도도, 전라도도, 경상도도,없이 같은 높이로 지나가고 구름또한 어느 한쪽 하늘만 덮지 않았다

그 앞에서 나는 내 안의 경계들을 가만히 돌아보게 된다
대덕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생각보다 더 깊고 조요한 느낌, 산의 오르막은 언제나 끝난 듯 하다, 다시 이어지고 삶처럼 편안함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걷는다
숨이 차도록, 다리가 무거워도 결국 한 걸음씩 자신을 넘어가며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덕산재에 내려섰을 즈음 햇살은 능서 끝에 오래 머물렀고, 함께 걷는 이들의 웃음도 조금은 느슨해졌다
힘든 산행도중 오고 가는 농담 한마디가 얼마나 큰 온기인지 산은 자꾸 그런 것을 가르쳐주는 느낌이 든다

어느덧 부항령에 도착했고, 나는 정상을 지난 기쁨보다 끝까지 걸어낸 안도감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렇게 백두대간은 높은 산만 넘게 하는 길이 아니라, 사람 안에 숨어 있는 두려움과 욕심 조급함과 외로움까지 천천히 걷게 만드는 묘한 마법같았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산은 넘은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나에게 가까워졌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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