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나를 걷다

길 위에서 배우는 삶

by이병희


백두대간, 나를 걷다( 5~6 구간)
주촌리-노치샘-수정봉-여원재-고남산-매요리(1박)-사치재-새맥이재-복성이재


주촌리를 떠나는 아침은 늘 어제의 끝이 아니라 오늘의 시작으로 이어진다
발걸음은 다시 길 위에 놓이고 몸은 아직 남아 있는 피로를 기억하지만 마음은 이미 다음 능선을 향하고 있다

노치샘으로 향하는 길, 보이지 않는 물줄기처럼 내 안에서도 조용히 이어지는 것들을 느낄수 있었다
말로 꺼내지 않아도 흐르고 있는 시간과 생각들.

수정봉을 지나며, 나는 또 한 번 나의 높이를 가늠해보게된다
산의 높이가 아니라 지금 내가 서 있는 마음의 자리를 말이다

여원재에 이르러 길은 잠시 숨을 고른다
지나온 길과 앞으로 갈 길이 겹쳐지는 지점에서 나는 늘 잠깐 멈춰서게된다

고남산으로 오르는 길은 특별히 가파르지 않아도 걸음은 쉽게 가벼워지지 않는다
그저 한 걸음씩 나를 덜어내며 걸어갈 뿐이다

매요리에서의 하룻밤은 길 위에서 처음 만나는 "머무름"이다
걷지 않은 시간 속에서 비로소 오늘의 걸음이 내 안에 내려앉는다
함께한 이들의 웃음과 침묵이 하루의 끝을 채우는 밤이다

다음 날, 사치재로 향하는 발걸음은 어제와 같은 길이지만 이미 다른 내가 걷고있다
새맥이재를 지나며, 길은 다시 깊어지고 생각은 오히려 단순해진다
걷는다는 것, 그리고 함께여서 가능한 일인것임을 알수있다

복성이재에 닿았을때, 이번 구간의 끝이 다가오지만 마음은 끝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을, 백두대간을 걷고 있는 동안 백두대간은 늘 그렇듯 끝나는 법 없이 다음 걸음을 부르고 있다
나는 오늘도 같은 길 위에서 조금 다른 나를 만나고 있다.


주촌리/ 어제의 끝을 접고 오늘을 펼친다
노치샘/보이지 않는 물처럼 내 안에서도 무언가 계속 흐르고 있다
수정봉/높이는 숫자가 아니라, 마음이 정한다
여원재/지나온 길과 아직 걷지 않은 길이 잠시 서로를 바라본다
고남산/가벼워지는 발걸음 나는 나를 덜어내며 걷는다
매요리/하룻밤 머문자리에서 걸어온 하루가 조용히 나에게 닿는다
사치재/같은 길인데 나는 이미 조금 다르다
새맥이재/생각은 짧아지고 걸음은 길어진다
복성이재/멈췄는데 끝이라는 말은 어딘가에 두고 온다

하룻밤 말보다 침묵에 가까워지며,능선위 나는 오늘도 같은 길 위에서 다른 나를 조용히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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