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나를 걷다

길 위에서 배우는 삶

by이병희


백두대간, 나를 걷다( 4구간)
성삼재-만복대-정령치-고리봉-고촌리-주촌리

지리산의 성삼재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들머리다
수많은 발걸음이 지나간 자리위에 나는 다시 내 발을 얹는다

몇번이나 시작했던 산행이지만,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침묵 속에서 나는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숨이 차오를수록 생각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가벼워지기보다, 걷는다는 것에 나를 조금씩 덜어내고 있음을 알수있었다

산은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그 위를 걷는 우리는 매번 다르다
속도를 맞춘 적 없어도 걸음은 어느새 나란해지고, 어색함보다 편안함이 먼저 자리를 잡는다

누군가는 선두에서,누군가는 후미에 남지만 그 사이를 잇는 것은 결국 같은 방향이라는 사실 하나이며, 눈빛으로만으로도 웃음이 오가는 이유다

그렇게 능선은 길게 이어지고 바람은 같은 자리에서 매번 다르게 불고있다
백두대간을 걷는다는 것은 결국 "같은 나"를 지나 "다른 나"로 걷고 있는 것을 느낄수 있다
하산길에 접어들면 풍경은 낮아지고, 어쩌면 나의 삶이 가까워지려나? 하는 생각때문인지 돌길도, 흙길도, 바람의 소리도 함께한 일행들의 기척만이 또렷해진다

주촌리에 도착해서야 비로서 걸음을 멈추지만,이상하게도 끝났나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또 다른 시작 앞에 서 있는 듯하다

성삼재에서 주촌리까지 걸으며 나는 여전히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지금, 어디를 향해 걷고 있는가
그럼에도 오늘 하루 함께 걸어 완성된 시간과 스쳐간 풍경들까지 조용히 고마움으로 남는다

백두대간을 걷는다는 것은 결국 일행들과의 친밀감과 함께하는 여정이 산에서 삶을 배우는 일이라는 생각이든다
성삼재에서 주촌리까지 짧은 여정이었지만 나는 또 한 번 조금 더 깊이 나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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