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 신정애 어린 시집, 도서출판 하양, 2026
매일매일 사과를 먹는 저는 서연이가 왜 사과를 안 먹는지 무척 궁금했어요. 사과를 싫어해서라기보다 더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요. 49페이지 급식 시간에 비밀을 알아냈지요. 으흐흐흐
뒤표지에 '여러분'의 이야기라 합니다. 우리의 이야기, 맞아요,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마음이 뜨거워지기도 해요.
아이들이 목련을 아이스크림이라 표현해서 저는 혼자 뜨끔 했어요. 바닥에 널브러진 꽃잎이 너무 처절해서 목련이 저는 부담스럽거든요. 밟지도 못하겠고 위로도 못해서요.
그런데 직박구리가 꽃잎을 먹는다는 새로운 사실을 신정애 작가님 시집을 통해 알았어요. 목련 나무 위에 직박구리 가족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대식가여서 목련 잎이 떨어지기 전에 콕콕 다 뜯어먹으면 더 좋겠다 그러면서요.
초등학교 때 전학을 많이 다녔어요. 그래서 성혁이가 한 말에 울컥했어요. 저도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돼서 만나자' 그랬거든요. 지금 저는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까요. 되고 있는 중이라고 슬쩍 넘어가요. 누굴 만나도 따뜻하게 안아줄 자신은 있어요. 그 정도면 훌륭한 걸까요. 혼자서만 끄덕입니다.
감사하기(P.27)라는 시에 뭉클했어요. 한 자리라도 비어 있으면 선생님의 마음이 어떨지 알거든요. 옆 친구의 마음도 알고요.
아이들의 아픈 손가락 그 어디쯤에 붙여 주셨다는 반창고 이야기가 너무 좋아서 열 번은 더 읽었어요. 바로 아무렇지도 않은 아이의 얼굴, 금세 밝아지는 표정이 순수하고 투명해요.
선생님의 방학 이야기도 온기가 넘쳐 읽는 내내 행복했어요. 선생님을 평생 맞아 주시고 반겨 주시고 달려오시는 평생 짝꿍이신 분에 대한 애정이 듬뿍이에요. 손 맞잡고 펄쩍펄쩍 뛰셨을 것 같아요. 그 애절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요.
온갖 것들이 들어 있던 제 서랍을 들킨 것 같은 생생한 시, '아이들은 그냥 두지 않는다 (P.74-76)'에 여러 번 소리 내 웃었어요. 제 서랍에도 말라붙은 딱풀, 부러진 연필심, 제기, 새까만 지우개 같은 꼬질꼬질한 것들이 가득이었거든요.
코로나19 시들을 읽으며 안타깝고 짠했어요. 우리 모두 그런 시간들을 잘 이겨내고 이렇게 자랐어요.
'신정애 어린 시집'이라고 쓰신 이유를 알았어요. 아이들과 같이 하신 시간들 활동들, 시를 읽을수록 옆의 귀여운 삽화들을 보면 볼수록 다시 어려지는 것처럼 그 시절로 돌아갔어요.
조금 더 순수한 마음이고 싶을 때 언제든 어느 페이지든 펼쳐 읽을 수 있는 예쁜 시집, 읽을수록 어려지는 시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