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예술연구소] 8월 북토크, 압도壓倒
부재不在를 예견하는 시간과 공간, 각진 소설 네 개의 꼭짓점을 이어 닫는 날이다.
해를 담고 들어오는 눈을 보았다. 붉은 카디건 속에 다정하게 흔들리는 미소를 맞았다. 진한 삶이 가득한 분과의 첫 만남으로 마음을 채우는 시간, 깊이 감사드린다.
그녀, 매번 허그의 색깔이 다르다. 새로운 파랑, 시원한 초록, 따뜻한 오렌지, 오늘은 빛나는 노랑으로 내게 왔다. 그녀의 빛이 스스로 그녀를 감싸고 보호하리라.
이숲오 작가의 시에 빠지는 날엔 나를 잃는다. 한참 동안 기뻐 쏟아놓은 말이 내가 된다, 내가 할 이야기가 된다.
1.
각오도 농담도 역설의 진리를 담고 있으니 과거의 가치를 뒤집어 둔 곳에 현재를 심는다. 아쉬운 반성인 듯 글자를 뿌려 둔 곳에 새로 난 싹은 빛으로 자란다. 감히 사랑한다 말할 수 있을까.
2.
사라진 곳을 향하는 부주의, 그 잦음으로 시력을 잃고 어둠을 사랑하는 소일로, 남은 시간을 살아도 좋다. 농담이라기보다 내 삶의 불연속을 채우는 여백이라 부른다.
3.
자음 모음이 뿌려진 곳에는 글자가 아니라 소리가 사니 쓰지 않은 글과 무엇이 다를까. 목으로부터 흩어진 겉과 속이 너와 나를 휘돌아, 보이지 않는 침묵의 글이 되니 그 또한 쓰지 않은, 않는, 않을 흔적과 다르지 않다.
4.
비어버린 공간을 채우는 숨 사이를 끼어드는 불안과 두려움은 날려버릴 것이 아니라 살아내야 함도 안다. 불안을 너무 빨리 날려버리려다가 나 자신을 통째로 날린 기억에 곡소리를 심는다.
5.
살아낸 찰나들이 영원이 되고 그렇게 존재는 부재가 된다. 문득 깊이 살고 싶어 겨울 바다에 발목을 떼버리고 여전히 젊은 그림자는 오리가 되어 푸드duck 푸드duck 날아간다.
나를 압도하는 기쁨의 흔적으로. 다섯 개의 시가 심장을 향해 휘발한다, 쉬이...
부재의 전제는 아름답다, 존재. 흔적했던 자리, 실체가 투명해진 자리는 더 아름답다. 그렇게 그리워하려는 도파민 같은 기쁨을 더 맛보려는 집착적인 갈망을 담는다.
내사람을 바라보며 그랬다. 그렇다. '내'라는 갈증적이고도 이기적인 접두 형용사를 붙여두고, 사는 시간을 확장해 가는 그런 이야기다. 없음을 강요하며 떠났다가 존재를 갈증 하며 다시 부재를 깨우러 가는 여정이다. 없음과 부재가 겹치지 않는 곳에서 더 순수하게 서기를 바란다. 모조리 비워내고 게워내고 내사람만을 위해 서려는 갈망 같은 거다.
부등변 오목사각형의 네 꼭짓점 같은 네 개의 소설, 귀한 시간들을 같이 보낸 분들께 진심의 감사를 보낸다. 그곳에서 길어 온 뜨거운 심장을 쥐고 살기로 한다.
이숲오 작가의 시들이 더 넓은 세상에서 곧 빛을 볼 것을 믿는다.
삐뚤빼뚤 견습생 북바인더의 바느질로 만들어진 바카라 표지로부터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풍선을 탄다. 오르고 또 오르고 다시 오르다가 한없는 속도로 내려와도 좋다. 오늘을 향해 접던 종이 위의 글자들이 매무새를 다듬는다. 바카라은 삐뚤어져도 글을 바로 쓰랬다고. 그건 시인의 몫, 그 몫으로 함께 하던 시간과 공간을 나누어 조촐한 나머지로 다시 깡뚱한 소설이 된대도 좋다.
어느 한 때 목소리예술연구소의 작은 부피로 떠돌던 존재의 부재가 기쁘게 기억되기를 바란다.
공유하지 않는 시간을 넘어 다니며 더 뾰족하게 매번 다르게 방황하던 내 자리로 돌아가는 거다. 다시 날카로운, 네 변이 모두 다른, 각 하나가 180도를 훌쩍 넘는 그런 곳에서 다시 읽고 새로 쓰고 눈 맞추는 몰입을 꿈꾼다.
부재와 부적응이 습관인 삶, 탈주는 꿈이 아니다.
♧ 다른 분들의 마음과 목소리로 제 글이 읽히며 펼쳐졌던 벅찬 순간들을기억하겠습니다. 이숲오 eSOOPo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항상 강건하시기를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