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펀지

[노래] 지금은 흡수 중

by서희복

음악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피아노에 마음을 풀어두고 있다가 바이올린에 가슴을 조인다. 첼로에 깊게 들어갔다가 재즈나 팝의 노래 가사에 머문다. 적절한 때에 숨어들기 좋은 안식처가 없다면 얼마나 삶이 힘들까. 최고로 업 되었다가 가장 아래로 곤두박질칠 때도 항상 거기에 있다. 강렬해지는 박자나 귀를 통해 심장으로 직행하는 어떤 가사나 단어에 며칠을 살아내기도 한다. 그 몇 마디, 그 한 줄의 의미가 생명이 된다.


Zora Winslet은 사랑을 잃은 사람들에게 추천하지 않는다. 가슴 아픈 순간으로부터 빠져나오려는 사람들이 다시 그 고통으로 돌아가 널브러지게 만든다. Heart doesn't love anymore. 가 그렇고 I loved you. 도 슬프다. 하지만 순수하고 투명한 심장일수록 더 처절하게 오래 머문다. 받은 통증들을 모두 다 흡수하고 더 이상 그럴 수 없을 때까지 슬퍼해야 한다. 사랑이 슬픈 이별보다 더 아프다는 걸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Zora Winslet의 처절한 목소리를 이해할 수 없다.


Adele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랑을 잃고도 단단해질 거라 다짐한다. 과거에 두고 온 사랑을 마음껏 그리지만 거기에 그대로 둘 줄 안다. 현재의 눈물도 과거에 묻고 고개 들 시간을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하지만 그녀가 힘주어 부르는 어떤 부분이 무거운 돌이 되어 오래 머물기도 한다. 치워내려는 안간힘보다 지금 그렇구나 알아차리는 편을 택한다. 그래서 슬픈 그녀의 표정은 고통받은 깊이를 느끼게 하고 허무를 그대로 쥐도록 허락한다. 깊은 슬픔에 기대며 마음을 다독인다. When we were young. 이 그립고 Someone like you. 를 뒤돌아본다.


Zora Winslet의 I miss you. 는 애상적이고 Adele의 I miss you. 는 주술적이다.


마무리는 Ed Sheeran으로 한다. 그게 현실이라서 애써 그러려고 하는 거다. Perfect나 Photograph는 그리움과 어쩔 수 없는 불안을 인정해야 하는 시간이다. 상처가 되살아났다가 다시 같이 기댔던 순간으로 돌아갔다가 현실로 돌아와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그러다 비트가 한껏 오른 Bad habits을 어쩌다 듣게 되면 천관이라는 기생을 사랑한 사람에게 목이 날아간 말이 항상 생각난다. 지가 들여놓은 습관이면서 그러면서.


뭉쳐둔 것들을 풀어보려고 듣던 음악을 글로 쓰다가 엉뚱한 상상으로 끝내는 건, 아직 스펀지에 흡수된 것들이 충분치 않아서다. 때가 오면 힘껏 쭈욱 짜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