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어야 하는 날

[영화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by서희복

삼십 킬로나 떨어진 한적한 시골 아트 영화관에 도착하여 안전띠를 풀고 시간 확인을 하고서야 오늘이 수요일이 아니라 화요일이라는 걸 알았다.


오늘이 아닌가 보다 했다.


일찍 도착해 확인한 멋진 이름의 카페도 화요일 휴무였다. 영화관의 이름과 카페의 이름과 건축물에서 풍기는 분위기에 냅다 달려왔는데. 큰 구멍을 가슴에 안고 산다.


내일 다시 오지는 않을 거다.


길을 잘못 들어 구도로 산길에서 낡은 도로 쪽으로 늘어진 양쪽의 초록 나무만으로도 기쁜 드라이브였다.


다음 일정으로 출발 전에 영화를 취소했다. 먼 올림픽대교를 건너 강변대로로 들어갔다. 내가 좋아하는 강변대로, 빨간 정체다.


잠시 검색하니 똑같은 영화를 가는 길 영화관에서 상영한다. 시간이 빠듯이 가능했다. 오늘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1997)를 볼 운명인 거였다.


기요시 감독의 영화는 스파이의 아내(2020)가 처음이었는데 관동군의 생체 실험을 다룬 부분에 놀랐고, 주제가 그게 아니었음에도 그 소재를 가볍게 다루지 않고 끝까지 끌고 간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 때문에 투자도 간신히 받았다고. 스파이의 아내여도 좋다는 순수하고 영원한 갈망에 아내역의 아오이 유우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그녀가 파도치는 바닷가에서 울부짖는 마지막 장면은 커다랗게 내 심장에 흔적을 남겼다. 내가 그녀였다면 그런 선택들을 할 수 있었을까.


회로(2001)는 다소 가볍고 예언적이다. 하지만 그가 주는 경고는 거의 맞아 들어가고 있다.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조차 흡수해 버리는 그들에게 어떻게 맞설 수 있을까. 뱀의 길(1998)에서는 악의 형상을, 큐어(1997)에서는 서서히 퍼지는 독의 실체가 피와 오컬트적 믿음을 통해 나타난다. 종말론적인 현상과 인간의 어두운 모습과 심리가 중첩되면서 두려움이 커지고 그 공포를 떨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은 조용히 일상이 된다.


최신작으로 시작해 30년 전 작품까지 모두 현재 시대를 아우른다. 공포도 불안도 그리고 독특한 사랑의 모습조차도. 기요시를 따라잡을 수 없겠다는 제자 하마구치 류스케의 말을 기억한다. 개인적으로도 류스케의 풋풋한 산만함보다는 기요시의 철저하게 계산된 깊이가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