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룩, 累Look
마주하고 있는 것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 한다.
서로의 시선이 만나는 곳은 어디쯤인가.
흔들리다 흐려진다.
잔상에 기댄다.
눈을 뜨고 있을 때는 바라보는 현재와 겹치고 눈을 감으면 선명한 두께를 가진다. 흐르는 잔상을 따라가며 두께를 기록한다. 혹은 잔상이 겹이 되는 현실을 뒤척인다.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그 거리만큼 쓴다.
잔상은 경계를 잃어버리고 그 중심의 농도만큼 오래 지속된다. 결국 남은 것들이 마음을 향해 흘러내려 질척해지면 시詩도 되었다가 소설小說이 되었다가 아무것도 되지 않을 길을 떠난다.
말은 너무 가벼이 흩어져 시선을 둘 찰나를 잃곤 하니 두툼한 글 속에 담아두려는 마음을 읽는다. 말의 씨를 잘 품어 싹 틔우는 사람만이 제대로 글을 쓰고 그 글의 깊이를 전할 수 있다. 그렇게 현실의 말과 이상의 글은 서로를 품는다.
방향을 잡은 글은 앞뒤에서 위아래로 다시 다양한 곳으로 돌아 입체적인 현재를 살도록 돕는다. 고뇌해야 할 곳에 머무르게 하며 가장 미세한 시선으로 자기 자신의 모습을 겸허하게 바라보게 한다.
결국 글은 자신을 깨달아가는 길에서 언제든 다시 시작하고 잠시 머무르며 마음을 추슬러 다시 떠날 수 있는 정거장 같은 것이다.
가야 할 길에 바람을 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