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죽음, 그리고 돈

[영화] 비발디와 나 by 다미아노 미키엘레토 감독, 2026

by서희복

Primavera, 봄이라는 선명한 이미지를 조금씩 드러내며 빛으로 완성되는 진한 드라마다. 음악이 있고 다양한 층위의 삶과 죽음이 곳곳에서 울고 웃는다. 18세기에도 여전했던 돈의 욕망, 그대로 드러나는 표정과 근육의 움직임에 긴장하며 움찔거리게 된다. 지금으로 이어지는 불변의 천박한 갈증에 피가 바래지는 듯 어지럽다.


어쩔 수 없이 눈물이 흐르면 그때 다시 새로운 자신이 된다. 음악을 위한 몰입의 순간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돋는 소름에 서늘해지는 피부를 따라 전율이 흐른다. 음악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갈망을 흔들리는 눈빛에서 읽어내고 금기의 연약한 바람에서 탐지해 낸다. 안타까운 순간들이 얇게 오버랩되며 그 농도를 더 진하게 한다.


보내는 믿음과 희망을 주름 사이에 드리워진 그늘에서 느낄 때도 눈물이 났다. 혹독한 규율 사이에서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그녀라서 할 수 있는 것이었으리라. 그녀 또한 동정의 대상이기도 한, 견뎌내야 할 그 시간들을 고스란히 떠안은 같은 영혼이기 때문이다. 힘이 된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나의 속된 겉치레에 부끄러움을 얹었다. 부원장의 잘 살아내라 기원하는 그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기름 진 입술 사이로 두툼한 고기가 주저 없이 들어갈 때 오직 음악을 위한 갖춤새를 요구하는 눈빛의 순수와 두려움을 마주하며 눈을 감았다. 지금도 그런 세상을 당연한 듯 사는 모습을 본다. 돈이 있는 사람은 예술의 순수함을 얼마나 지지할 수 있을지, 자본을 권력 삼아 예술을 수단으로 쓰고 있지는 않은지 어두운 터널에서 한참 서성이던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 어디쯤 서 있는 걸까.

그 어떤 자유 없이 선택당해야만 하는 삶을 거부하는 건 인간의 기본 권리라 생각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빈도의 차이일 뿐 느릿느릿 걸어가는 본질의 평등은 여전히 비릿한 향이 가득하다.


오롯이 충실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복수도 여전하고, 순수한 사람들을 위한 자비도 없고, 헌신하는 사람을 단순히 자기 이익이나 목적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는 것도 변함이 없다. 18세기나 지금이나 순진하고 착한 사람은 천국에 가고, 무자비한 이기주의자는 지옥에 간다는, 지금을 사는 우리는 전혀 알 수 없는 미심쩍은 상상에 놀아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우는 사람과 웃는 사람은 누구일지 모른다는 불확실한 시간을 살고 있는 것일까.

그럼에도 천국이든 지옥이든 상관없이, 내가 빠져 몰입하는 그곳, 내가 돌보고 싶은 영혼, 내 심장이 뜨거워지는 그곳에 안주하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자 뿌리 깊은 갈망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눈빛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