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를 하는 공무원은 AI를 싫어한다. 그것도 매우.

by민법은 조변

실무를 하는 공무원은 AI를 싫어한다.
구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 그것이 문제다.

전 온라인 게임인 법제처에서는 매월 간부회의를
유튜브 라이브로 생중계한다.
나는 매월 챙겨본다. 행정법 교수로 정부입법과 입법정바카라의 현장을 보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반가운 얼굴도 많고, 알아들을 수 있는 정바카라도 많다.
자연스럽게 법제처 입장에서 회의 영상을 경청한다.

이번에도 AI 관련 의제를 다루었다.
적극적으로 실무에 AI가 적용되고,
이를 통해 업무효율성을 제고하고,
더 좋은 정바카라과 서비스를 만들고자 한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
기술적으로도 한계가 있고,
예산에서도 큰 한계가 있으며,
무엇보다 실무자들의 경험이 부족하다.

실무를 하는 사람이 직접 AI를 쓰면서,
실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할 텐데
현실은 그러지 못한 것 같다. 어쩌면 당연하다.

일단 AI를 써볼 시간이 없다.
한 부서의 정원이 10명이라고 가정하면,
현원은 보통 7~8명이다. 여러 휴직자가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새로운 일이 추가되었다.
일이 1.5배 늘어나서 15인분이 되는데,
일할 사람은 7~8명이다. 각자 2인분을 한다.
그래서 AI를 배우고 활용할 여유가 있기 어렵다.

AI는 여전히 불완전하고 불안정하다.
AI로 보고서를 쓰더라도 결국 검수를 다시 해야 하고,
숫자 데이터와 원자료를 검증해야 한다. 일이 또 2배가 된다.

그리고 더 문제, 중간 관리자인 "과장"급은 AI로 만든 보고서를 신뢰하지 않는다. 너무 새롭고, 너무 낯설다. 과장들은 AI보고서의 오류와 오타만 지적한다. AI로 인한 장점에는 관심이 없다.

AI로 신선하고 파격적으로 보고서 초안을 잡아보아도,

결국 다시 위에 계신 분들이 읽기 편한 문투와 단어로 수정해야 한다.


AI를 이용한 성공적인 보고서 작성 사례가 가끔 공유되긴 하지만, 응용가능성이 낮다. 프롬프트를 잘 입력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데, 좋은 프롬프트를 쓴 다는 것은 예술에 가깝다. 학습으로 보완될 수도 있지만, 원래 잘 쓰는 사람이 따로 있다. 입력 프롬프트부터 출발선이 다른데, 결과물을 아무리 공유해 보았자, 그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공무원 중에 한 가지 주제로, AI와 프롬프트를 30분 이상 주고 받은 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AX 전문가로 보직을 주어야 한다.)

정부에서는 왜 AI를 도입하려고 하는가?
AI도입 자체가 목적이고, AI를 잘 쓰고 있다는 것을 "홍보"하는 것이 목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것이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컴퓨터를 깔고, 인터넷을 까는 것은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 AI도 마찬가지이다.

권력과 예산을 갖고 있는 고위직들이 비전과 미션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엇을 어떻게 왜 AI를 도입하고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떻게든 AI를 써보라고만 한다. 실무자들이 움직일 유인도 동기부여도 없다. 실무자들의 AI 활용 경험(AX)이 충분히 집적된 이후에 AI는 쓸만한 상태가 될 것이다. 아무도 그 경험을 쌓으려고 하지 않는다. 실무자들은 시간이 없고, 관리자들은 신뢰하지 않으며, 고위직들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 이것이 공무원 슬롯 AI의 현실이다.

감히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오늘도 윗선에서 하도 쪼아대니(?)
잠깐 AI 툴에 접속을 다시 해보는 공무원이 있을 것이다.
무슨 일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물어본다.
나의 질문(프롬프트)이 짧아서 그런지,
AI의 답도 짧고 깊이가 없다.
다 아는 내용이거나 다 몰라도 되는 내용이다.

(프롬프트로 티카티카를 해야 하는데 그것까지 할 여유가 없다)

사용자경험은 "투입 1 : 성과 1" 프로세스가 결코 아니다.
1시간을 투입한다고 1시간의 효율성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수백, 수천 시간의 삽질(?)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사용자 경험이 집적되고 정제되고 제련되는 과정에서 AI는 똑똑해지고, 쓸만한 도구가 된다. 열심히 삽질(?)을 하고 맨땅에 헤딩(?)을 수 없이 하고 난 이후에 AI는 실무 적합성이 확보가 된다. 얼마나 많은 삽질과 헤딩이 필요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결코 단기간에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AI사용자경험(AX)을 위한 시행착오 자체가 실적이 되어야 한다. 2인분을 하고 있는 실무자가 다시 시간을 내어서 AI를 써보는 그 자체가 성과이고 실적이 되어야 한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되지 않더라도, 수많은 삽질과 헤딩이 입력되는 과정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 그 과정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성과로 평가해야 한다. 아기가 혼자 걷기까지 수많은 넘어짐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AX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공무원 슬롯에서 이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 보여주기식 AI 말고, 홍보용 AI 말고, 정말로 실무자들이 만족하면서 써먹을 AI를 위해서 엄청난 양의 AX가 집적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시행착오 과정을 실적으로, 성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어렵다고 본다. 실적과 성과가 연계되지 않은 AX는 사상누각이고, 이 위에서 성공적인 AI는 도입될 수 없다. 실무를 모르는 AI는 그저 홍보 도구에 불과하다.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행정부는 정바카라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AI를 위한 혁신에 가까운 체질 개선을 할 것인가, 아니면 무늬만 AI, 거추장스러운 AI로 남길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있다. 그런데 관리자와 고위직들은 체질 개선에 관심이 없고, 실무자들은 AI를 쓸 여유가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


AI를 싫어하는 실무자를 비난할 수 없다.

숨은 쉴 수 있어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AI는 귀찮은 무엇일 뿐이다.

그것이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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