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요즘 글 안 쓰고 바카라만 읽어?
-다 부질없게 느껴져서요.
-왜애?
-뻔하고. 좁고. 얕고. 너무 다 제 얘기라서요.
-예전엔 오히려 풀어놓으려고 쓰지 않았어?
-그랬었죠. 지금은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지난 토요일. 카페 계단집에서 경신 샘이 물었고 나는 불볕에 맥없이 시든 열무잎처럼 말했다. 생기를 잃은 대답이 허공에 부서졌고. 이내 그 조각을 주워 대화를 이었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읽어 보셨어요? 소재, 표현 등으로 숱하게 비판을 받긴 해도. 개인적으로 저는 너무 좋았어요.
-응. 나도. 나도 그랬어.
-마지막 연작에서 영혜가 언니에게 한 말이 가장 가슴에 닿았어요. 왜? 죽으면 안 돼? 그 말이요.
글쓰기에 대한 화제는 술자리에서도 이어졌다.
-샘은 시도 쓸 수 있고. 생각을 어렵지 않게 글로 풀 수 있는 사람이잖아. 나는 샘이 쭉 썼으면 좋겠어.
조용히 듣고 있던 현주 샘이 입을 뗐다.
-깊이도 넓이도 별로라고 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지난 시간 동안 많이 깊어졌어요. 안정되기도 했고. 아마 예원이도 그 변화를 느낄 거예요. 그래서 더 좋아진 것도 있을 테고.
-그래. 맞아. 근래에 쓰는 글도 그래. 지방 내려가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릴 거니까. 쉬지 않고 썼으면 좋겠어.
마치 다짐 받듯 경신 샘이 내 눈을 보고 말했다.
글을 쓰다 보면 글 쓴 자아와 생활하는 자아 간의 거리가 몹시 커 멀미가 난다. 어느 날은 스스로 괜찮은 사람인 양 생각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맨, 그 나물에 그 밥. 지루하고 재미없다.
연대와 공감을 통해 함께 나아감이 목적이라 하기엔 자기 고백적 글쓰기만 반복하고 있는 내가 깃털인 듯 가볍고 가볍다.
글쓰기는 어렵다. 의식하지 않고 쓰기란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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