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4. 남양주의 봉선사와 불암사로 성지 순례를 다녀왔다. 스스로 불자라 여기면서도 불교 신자로서의 행은 하지 않고 있었고. 불법에 대해 아는 것도 단편적이던 터에 지난 4월, 약사사에 기초 교리반이 열려 설레는 맘으로 수강을 했다. 성지 순례는 그 과정의 일부였다.
금강혜(金剛慧). 광해 스님께서 지어 주신 법명을 처음 들었을 때. 차마 받기 어려운 거룩한 이름 앞에 한없이 무거웠다.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고도, 번개처럼 단박에 번뇌를 끊는 지혜라....... 온갖 상념으로부터 단 한순간도 놓여나지 못하는 나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실상(實相)의 이치를 깨달아 모든 허상을 깨뜨리는 지혜를 가진 보살이라니. 과연 내가 그런 보살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일까. 의심이 떠나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유튜브로 법문을 찾아 듣고. 예불 시간에 맞춰 한 번씩 약사사에 와서 불공을 드리던 것이 2년 전. 울고 싶으나 울 장소가 없어 찾은 것이 계기였다. 절을 올리며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부를 때 후드드득 떨어지던 눈물. 집착과 참회 속에서 한바탕 휘몰아치던 감정. 그 후로도 정근을 하면 어김없이 눈물이 떨어졌다. 괴로움을 여의고자 관세음보살 정근을 하는 날에도. 돌아가신 선생님이 사무쳐 지장보살 정근을 하는 날에도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은 그러지 않았다. 법화경 한문 경판과 화엄경 한글 경판이 내벽에 둘러 붙어 있는, 봉선사의 큰법당 안에서 사시 예불을 드리며 관세음보살 정근을 할 때에도. 가로로 긴 나무 현판에 극락왕생 발원이 까맣게 새겨진 불암사의 대웅전 영가전 앞에서 지장보살 정근을 할 때에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성성적적(惺惺寂寂). 정신은 번뜩이듯 또렷이 깨어 있고 마음은 호수처럼 지극히 고요했다. 처음이었다. 스님의 목탁 소리에 맞춰 절을 올리고 일어나기를 수십 차례. 오롯이 염불에만 집중했다. 온전히 그 안에 머물렀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나 스님의 축원 기도가 끝났을 때 세차게 퍼붓던 빗줄기가 거짓말처럼 그쳤다.
성지 순례를 다녀온 후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했다.
무상심심미묘법 백천만겁난조우
(無上甚深微妙法 百千萬劫難遭遇)
하루에도 몇 번씩 개경게의 두 구절이 입밖으로 새어 나왔다. 비로소 불자로서의 수행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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