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순간에만 말 걸기 어색하다면, 평소의 인사부터
한대협을 운영하다 보면 "타 팀과 교류할 기회를 만들어주세요"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다른 팀 사람들과도 알고 지내고 싶다는 말은 반갑다. 그런데 조금 더 들어보면 그 요청에는 구체적인 이유가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다른 팀 사람들에게 콘텐츠의 좋아요나 댓글, 구독을 부탁해야 하는데, 서로 모르는 사이라 말을 꺼내기가 어색하다는 것이다. 영업 프로젝트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소개하고 싶어도 초면에 구매를 권하기는 민망하다고 한다.
그 마음은 이해한다. 나라도 처음 말을 거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려면 조심스러울 것이다. 다만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는 매주 같은 공간에서 교육을 듣고, 쉬는 시간에 마주치고, 함께 밥을 먹기도 한다. 그동안 가볍게라도 인사를 나눌 수는 없었을까. 부탁할 일이 생긴 뒤에야 서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이 불편해진 것은 아닐까.
이런 모습은 대학생 단체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다. 다른 부서 사람과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마주치면서도 별다른 인사 없이 지낸다. 그러다가 협조를 구할 일이 생기면 누구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고민한다. 인사팀 담당자와 평소에는 인사 한마디 나누지 않다가, 보상과 관련해 궁금하거나 불만인 일이 생겼을 때 처음으로 길게 대화하기도 한다.
물론 업무상 필요한 문의는 평소 친분이 없어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보상에 관한 설명을 듣는 데 담당자와 친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같은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평소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었는지는 돌아볼 수 있다. 용건이 생겼을 때만 상대의 존재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먼저 인사하는 것이 어색할 수는 있다. 상대가 나를 모를 것 같아 망설이거나,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몰라 주저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인사하기 어려운 것과, 먼저 인사하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아는 사람도 아닌데 왜 저렇게 나대지?"
이런 생각이 든다면 돌아봐야 할 것은 인사한 사람의 행동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이다. 상대에게 부담을 주거나 무례하게 행동한 것도 아닌데, 먼저 반가움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깎아내리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내게 어색한 행동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대다'는 얌전히 있지 못하고 철없이 촐랑거리거나 들떠서 나다니는 것을 뜻한다. 일상에서는 상황에 맞지 않게 자신을 지나치게 드러내는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길 때도 쓰인다. 함께하는 사람에게 미소를 짓고 목례하거나 자신을 소개하는 것은 그런 행동과 다르다. 아직 모르는 사이이기에 인사하는 것이고, 그 인사를 통해 서로 아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먼저 인사해야 관계가 시작된다. 그런데 먼저 다가가는 사람을 '나댄다'고 평가한다면, 대체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것일까. 서로 교류할 기회는 원하면서 그 교류를 시작하는 행동은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마주치는 사람마다 말을 걸고 이름을 물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눈이 마주쳤을 때 살짝 웃거나 고개를 숙이는 것만으로도 인사가 된다. 서로 이름은 몰라도 마주칠 때마다 미소와 목례를 주고받는 사이가 있다. 별다른 대화를 나눈 적이 없어도 그런 사람에게는 한결 편하게 말을 건네게 된다.
같은 공간에서 여러 번 마주쳤지만 서로 시선을 피하며 지낸 사이와, 짧게라도 반가움을 표현해 온 사이는 다르다. 나중에 대화할 일이 생겼을 때 느끼는 거리에도 차이가 있다. 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데 꼭 긴 대화나 정식 자기소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말을 꺼내는 것이 어렵다면 그런 인사부터 시작해도 좋다. 눈이 마주치면 미소 짓고, 가까이 지나갈 때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그러다 옆자리에 앉거나 함께 식사할 기회가 생겼을 때 자연스럽게 말을 나눌 수도 있다. 매번 인사를 대화로 이어가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첫마디가 어렵다면, 지금 함께 보고 듣고 경험한 것에서 시작하면 된다.
"안녕하세요. 매주 뵀는데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처음이네요."
"저는 오늘 교육에서 ○○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어요. 어떤 부분이 좋으셨어요?"
"아까 발표에서 ○○ 아이디어가 인상적이었어요. 어떻게 생각하신 거예요?"
처음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본 것, 정말 궁금한 것을 말하면 된다. 상대에게 질문만 던지기보다 내 이야기를 한마디 보태면 대화가 조금 더 편해진다.
회사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녕하세요. 메일로만 연락드리다가 처음 뵙네요. ○○팀 ○○○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할 수 있다. 도움받은 일이 있다면 "지난번에 안내해 주신 내용 덕분에 잘 처리했어요. 감사합니다"라고 전할 수도 있다. 새로운 화제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이미 함께한 일에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물론 상대를 살피는 태도도 필요하다. 바쁜 사람을 오래 붙잡거나 아직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사적인 질문을 쏟아내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상대의 반응이 짧다면 가볍게 인사하고 마무리하면 된다. 한 번의 대화로 친해지려고 애쓰거나, 상대에게 같은 만큼의 친밀함을 기대할 필요는 없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하고 싶다. 평소에 인사하자는 말을 '나중에 부탁하기 편하도록 사람을 사귀어두자'는 뜻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면 한다. 좋아요를 눌러줄 사람, 상품을 사줄 사람, 내 일을 도와줄 사람으로만 상대를 바라보면 관계는 쉽게 부담스러워진다. 친해졌다는 이유로 부탁을 거절하기 어렵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
인사를 나눴다고 해서 상대에게 내 부탁을 들어줄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내 일을 소개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상대가 거절해도 반갑게 인사할 수 있어야 한다.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태도가 달라진다면, 그동안의 관심도 부탁을 위한 준비처럼 느껴질 것이다.
슬롯성은 말이 많거나 어디서든 분위기를 주도하는 모습으로만 드러나지 않는다. 눈이 마주쳤을 때 고개를 숙이고, 도움받은 일을 기억했다가 감사를 전하고, 상대가 바빠 보이면 대화를 짧게 마무리하는 데서도 드러난다. 조용한 사람도 자기 방식으로 주변 사람들과 편안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조직에서 마련해 주는 교류의 장이 열릴 때까지 모든 관계의 시작을 미뤄둘 필요는 없다. 공식적인 소개 시간이 없어도, 같은 팀이 아니어도 인사는 할 수 있다.
필요한 순간에 처음 말을 거는 것이 어색하다면, 부탁할 일이 없는 날의 인사부터 시작해 보자. 눈이 마주쳤을 때 살짝 웃거나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서로의 이름을 알기 전에도, 우리는 서로를 반갑게 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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