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에야 알게 되는 '강제된 루틴'의 힘
온라인 게임을 다닐 때는 시간이 늘 부족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사에 묶여 있으니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쉽게 시작하지 못한다.
"퇴사하면 운동부터 해야지."
"그동안 못 읽었던 바카라도 실컷 읽어야겠다."
"자격증 공부도 하고 새로운 일도 준비해 봐야지."
회사만 그만두면 그동안 미뤄두었던 일들을 하나씩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하루에 적어도 여덟아홉 시간은 새롭게 생기는 셈이니 당연히 지금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의외로 반대의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처음 며칠은 좋다.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되고, 출근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된다. 평일 낮에 카페에 갈 수도 있고 그동안 밀렸던 드라마를 몰아서 볼 수도 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자유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자는 시간이 조금씩 늦어지고 일어나는 시간도 함께 밀린다. 아침에 하려고 했던 운동은 "점심 먹고 가지 뭐"가 되고, 점심을 먹고 나면 "저녁에 가지 뭐"가 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오늘 하지 않아도 내일 시간이 많으니 굳이 지금 시작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기도 한다.
물론 모든 휴직과 퇴사 이후의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심한 번아웃을 겪었거나 정신적·육체적으로 회복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충분히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에게 쉼은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회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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