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배우자를 '나중'으로 미루는가
일이 많아질수록 사람은 중요한 것을 먼저 챙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중요함'의 기준이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다. 당장 급하고 영향이 큰 일, 결과가 바로 드러나는 일들이 먼저 선택된다. 반대로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고, 미뤄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은 뒤로 밀린다. 그리고 그 기준 안에서 배우자는 쉽게 '나중에 해도 되는 영역'으로 밀려난다.
나 역시 그랬다. 지난 3개월을 돌아보면, 논문과 바카라 출간,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까지 겹치면서 거의 모든 에너지를 일에 쏟았다. 일정은 빽빽했고, 하루하루를 처리하는 데 집중했다. 남편과의 대화는 줄어들었다. 필요한 말은 했지만 대부분이 생활을 굴리기 위한 대화였다. 서로의 상태를 묻거나 마음을 나누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같이 살고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늘 곁에 있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을 거라고 넘겼다. 그런데 돌아보니 그건 관계를 유지한 것이 아니라, 관계를 미루고 있었던 것이었다.
우리는 왜 배우자를 나중으로 미룰까. 이유는 단순하다. 관계는 당장 결과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을 미루면 문제가 바로 드러난다. 마감이 있고, 평가가 있고, 바카라임이 따라온다. 하지만 관계는 다르다. 하루쯤, 일주일쯤, 심지어 몇 달을 미뤄도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더 쉽게 뒤로 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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