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씻었는데 고개 들어 거울은 못 봐

by지레인

손을 씻었는데 고개 들어 거울은 못 봐

나에게조차 숨고 싶을 때가 있거든

이를테면 막연한 압박감에 시달리거나

예민한 걱정으로 나만 빼고 모두의 시간이 멈췄으면 할 때

구멍 뚫린 집착으로 모호한 불안이 스멀거릴 때


그때야말로 여기에 내가 없어 별로인 순간이야

그때 나는 맛을 모른 채 뭔가를 먹거나

멍한 상태로 핸드폰 사진들을 넘기거나

반찬통이나 서랍을 열고 나서 다시 닫는 것을 잊는다던가

눈앞의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보지 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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