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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껍데기를 배 위에 올린 채 그 자리에 누웠다.
들숨이 차올랐다 납작하게 가라앉는다.
자비의 불빛이 사라져 간다. 깜박깜박... 가고 있다.
몸은 저쪽에 있지만
어디론가, 나는 가고 있다.
어디에 있는 걸까?
여기일까? 지우가 있는 저쪽일까?
아니면 그 사이 어디쯤일까…?
눈을 감으니 익숙한 냄새가 났다.
토요일 오전 시외버스터미널.
설렘과 외로움이 공존하는 쓸쓸한 냄새.
눕혀진 갈색 눈동자에 버스가 비쳤다.
대합실 밖에 주차된 파란색 버스였다.
'그래, 집에 갈 때는 항상 파란색 버스를 탔었지.'
남자는 다시 청록색 교복의 학생이 된다. 도시에서 하숙하던 시절, 한 달에 두 번 아들이 탄 파란 버스가 읍내 터미널에 도착할 때면 언제나 그 자리에 나와 계시던 아버지. 버스가 터미널 입구로 들어가는 모퉁이를 돌면 차창 너머로 버스 안을 살피며 아들을 찾는 아버지가 보였다. 집에 도착해 먹던 두부가 큰 엄마의 된장찌개도 생각난다. 된장찌개를 드실 때 엄마는 꼭 반쯤 남은 밥에 찌개를 넣어 드셨다. 성철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진다. 늘 그랬던 존재는 아득히 멀어져도 그리움으로 남는가 보다.
버스를 타야겠다.
집으로 가야 한다.
'문을 밀면 열릴 거야.'
지우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허무한 예상은 적중했다.
문이 있지만 나가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갇혀있다고만 믿었는데, 유리문은 열려있었다.
문을 열고 성큼성큼 걸었다. 버스 앞에 도착하자 파란 앞 문이 덜컹하고 들리더니 이내 스르륵 열렸다. 한 발을 계단 위로 올려 올라타는 성철의 눈에 흘깃 글자가 들어온다.
’ 죽음행‘
버스 창에는 목적지가 쓰여 있었다.
멈춰 설 수밖에 없었던 성철의 얼굴에 고요한 빛이 내린다. 훤히 보여 날리는 먼지를 보며 생각했다. 0과 1 사이 무한대 수를 의식하지 못하는 인간처럼, 무한대의 우주에서 본 인생은 너무나 짧아 죽은 것과 다름없다고.
'그래, 긴 죽음과 긴 죽음 사이 잠시 번쩍이는 거야. 삶의 목적지는 죽음이고 죽음이 곧 삶이야.'
손에 꽉 쥔 ’자비‘의 불빛이 잔여 4초를 알리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선다.
어쩌면 남자는 죽기 위해 이곳에 왔지만,
살기 위해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당신의 뜻으로 이곳에 왔습니다.'
아주 오래전 영혼이 원했다.
살아있으므로 살아간다.
두려움을 감싸 안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