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화를 내고 미워합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그런 나를 받아들이게 된 것뿐입니다. 1.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존심을 지키는 일과 2. 결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일 어느 게 더 쉬 울까요? 2. 모자란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보단 1. 이 두려움에서 저 두려움으로 옮겨가기가 훨씬 쉽지요. 순식간에 닥친 어긋난 상황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믿은 가치의 배신 숨기고 억눌러온 나에 대한 투사 내 안의 그림자를 보는 괴로움 모든 것이 나로 인해_ 내가 여기 있음으로 발생함을 알고서도 여전히 화를 내고 미워합니다. ... 달라진 게 있다면 그런 나를 받아들이게 된 것뿐입니다. 이제 나는 나의 실체를 알아버려서 이제는 더 근사하게 꾸밀 자신이 없다고 그래봤자 다시 돌아오는 게 너무 명백해서 이제는 더 결심도 못하겠다고 징징대며 놓아버린 후 쏟아진 은총이 너무나 커서 여전히 화를 내고 미워하지만 부족한 내가 이런 글을 씁니다. 자포자기하여 못난 모습 그대로를 내보이니 아무런 기준도 없었다네요.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 하네요.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게 사랑이래요. 내가 알던 시시하고 뻔한 사랑이 참 사랑에 깜짝 놀라 눈물 흘려요. 받아들여졌음을 받아들이니 평범하던 일상이 평범치 않아요. 하루에도 몇 번씩 감사가 차 고 신비로운 섭리를 느끼는 것은 어쩌면 삶은 이미 그러했는데 내가 변하여 이제야 보이게 된 거죠. 그토록 오지 않던 변화가 이제야 저절로 주어졌나봐요. 그러나 이마저도 크게 기뻐하지 않아요. 또다시 미워하고 화를 내는 순간이 올 테니까요. 비 갠 후 하늘의 구름은 여느 때와 달리 빠르게 지나갑니다. 나뭇잎은 흐린 하늘을 따라 세찬 바람에 몸을 맡기고 다시 또 내리는 비를 그 자리서 가만히 받아들입니다. 여전히 화를 내고 미워하지만 비 갠 후 구름처럼 지나갑니다. 세차게 흔드는 비와 바람에도 그 자리에서 선 나무는 아무런 불평도 기대도 없습니다. 태양은 원래 거기에 있었습니다.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던 태양이 지나는 구름 사이로 찬란하게 쏟아집니다. 흐렸다가 맑았다가 그렇게 작은 나무는 자신을 키워 하늘에 닿아갑니다. * 작업 중인 '안 멀쩡한 날 보는 바카라(가제)' 2. 화(火) 편에서 가져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