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장 깊이의 시대: 새로운 정의의 실행

23 4부. 이후의 디자인

by이규현

22장

깊이의 시대: 새로운 정의의 실행


우리 때보다 못한다는 말

요즘 국내외의 과거 동료 디자이너들을 만나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하나같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요즘 주니어들, 요즘 학생들, 우리 때보다 디자인 너무 못해."

서울의 브랜딩 스튜디오 대표가 말했다. 유럽의 가구 디자이너도 말했다. 미국 빅테크의 디자인 리드도 같은 문장을 말했다. 문화도 시장도 다른 곳에서 같은 한탄이 나온다. 어느 나라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내가 그 친구들에게 돌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대학을 다니던 2000년대에는, 졸업할 때까지 해야 하는 명확한 목적과 그에 따른 결과가 있었다. 제품 디자이너가 되려는 학생은 4년 내내 제품을 팠다. 스케치를 수천 장 그리고, 목업을 수십 개 깎고, 소재와 공정을 몸으로 익혔다. 그래픽을 하려는 학생은 타이포그래피와 인쇄의 세계에 4년을 담갔다. 좁았지만 깊었다. 졸업할 때 우리는 하나는 확실히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지금 학생들의 4년은 다르다. 해야 할 분야가 너무 늘어났다. 제품도 조금, UX도 조금, 브랜딩도 조금, 공간도 조금, 전략도 조금. 커리큘럼은 백화점이 되었고, 학생들은 매 학기 다른 매장을 순회한다. 하고 싶은 일의 목적을 스스로 그리기 어려워졌다. 그 목적이 데려다줄 결과는 더 흐릿해졌다. 4년 동안 어느 하나를 깊이 파고들 수가 없다. 그러니 어느 하나를 기준으로 재면, 우리 때보다 못해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요즘 학생들은 우리 때보다 못한 것이 아니다. 우리 때보다 나쁜 구조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이 구조의 이름을 우리는 이미 안다. 정의의 부재다. 디자인이 무엇인지 합의하지 않은 채 영역만 늘려온 150년. 그 청구서가 지금 스무 살들의 4년으로 날아오고 있다. 앞 장에서 세운 세 층위의 정의는 그래서 선언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실행되어야 한다. 이 장은 그 실행의 설계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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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이자 창업가. 브랜드를 만들고 가르치며 살아갑니다. 인간의 창조성과 먹고 사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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