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하숙집의 엔진이 멈춘 건 어느 금요일 아침이었다. 늘 5시면 들리던 도마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주방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불길한 예감에 정희 씨의 방문을 조심스레 열었을 때, 우리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채 거친 숨을 내뱉는 정희 씨를 발견했다.
"아줌마! 정신 좀 차려보세요. 어디 아파요?"
정희 씨의 이마는 불덩이 같았다. 평생 남의 몸보신만 신경 쓰느라 정작 제 몸 안에서 열이 끓는 줄도 몰랐던 모양이었다.
"내... 괜찮다. 고마 쫌만 자고 인나서 국 끼리 줄게..."
목소리는 쉬어 터졌고, 그 기세등등하던 눈빛도 흐릿했다. 우리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회사에 반차를 낸 미나와 전공 서적을 덮은 안경 총각, 그리고 내가 주방으로 모였다. 늘 대접만 받던 우리가 처음으로 정희 씨를 위해 앞치마를 둘렀다.
"야, 미역은 얼마나 불려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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