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집 운영도 결국은 장사다. 하지만 정희 씨가 식탁에 올리는 고기 등급이나 나물 가짓수를 보면, 과연 이 집이 남는 게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느 날 밤, 거실 불이 꺼진 줄 알고 물을 마시러 나왔던 나는 식탁등 아래서 안경을 쓰고 낡은 장부를 들여다보는 정희 씨를 발견했다.
그녀의 손에는 몽당연필과 낡은 계산기가 들려 있었다. 슬쩍 훔쳐본 장부에는 '지훈이 월급 탄 돈', '미나 기죽은 날 갈비찜', '가시나 낙방한 날 사골국' 같은 글씨들이 삐뚤삐뚤 적혀 있었다.
"아줌마, 아직 안 주무셨어요? 장부 정리하세요?"
정희 씨가 화들짝 놀라며 장부를 덮었다.
"어이쿠, 깜짝이야! 가시나야, 발소리 좀 내고 댕기라! 심장 떨어질 뻔했네."
"아줌마, 그런데 그렇게 퍼주시고 남는 게 있긴 해요? 요즘 물가도 비싼데."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