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째 이어지는 장마였다. 연희동 하숙집의 공기는 빨지 않은 수건처럼 눅눅했고, 방 안의 벽지에는 습기가 차서 만지는 곳마다 끈적거렸다. 이런 날은 기분도 함께 젖어서,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고 마음엔 금방이라도 곰팡이가 필 것만 같았다.
미나는 젖은 구두를 현관에 던져놓으며 짜증 섞인 한숨을 내뱉었고, 나 역시 눅눅해진 자소서 종이 뭉치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하숙집 거실엔 평소의 생기 대신 퀴퀴한 침묵만 감돌았다.
"아이구, 이 가시나들 면상 좀 보소! 장마가 사람을 다 잡아 묵었나, 와 그리 죽상을 하고 있노!"
정희 씨가 부엌에서 나오더니 선풍기를 강풍으로 틀었다. 그리고는 커다란 대야에 콩나물 한 바구니를 쏟아놓았다.
"아줌마, 몸이 천근만근이에요. 빨래도 안 마르고, 마음도 꼭 젖은 솜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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