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하숙집의 옥상은 빨래만 너는 곳이 아니었다.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우리에게 가장 근사한 스카이라운지였다.
유독 일이 풀리지 않던 목요일 밤, 정희 씨가 양푼에 양념한 삼겹살을 가득 담아 옥상으로 올라왔다.
"다들 기 올라와라! 오늘 달빛이 좋다 안 하더나. 고기 묵으면서 서울 야경이나 함 보자!"
신문지를 깔고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올리자, 곧 '치이익-' 소리와 함께 고소한 기름 냄새가 밤공기를 타고 퍼졌다. 상추쌈을 크게 싸서 입에 넣던 미나가 갑자기 훌쩍이기 시작했다.
"아줌마... 저 사실 오늘 회사 그만두고 싶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서울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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