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하숙집으로 올라오는 언덕길은 가파르다. 매일 그 길을 오르내리다 보면 몸보다 먼저 비명을 지르는 건 신발이다.
현관 앞에 벗어둔 내 구두를 보니 가관이었다. 앞코는 까져서 허연 속살이 보이고, 뒷굽은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 금방이라도 툭 부러질 것 같았다. 서울에 처음 올라올 때 엄마가 큰맘 먹고 사준 구두였다. '이거 신고 좋은 데만 가라'던 그 신발은 어느새 내 고단한 서울살이의 증거품이 되어 있었다.
"가시나야, 신발 꼬락서니가 와 이라노! 길바닥에서 축구라도 했나?"
장독대에서 고추장을 푸던 정희 씨가 내 구두를 보더니 혀를 쯧쯧 찼다.
"아줌마, 연희동 언덕이 너무 높아서 그래요. 뒷굽이 벌써 다 닳았네요."
"언덕 탓하지 마라! 니가 그만큼 열심히 쏘다녔다는 증거 아이가. 신발 굽이 닳는 만큼 니 길도 닦이는 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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