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연희동 골목은 아직 어둠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고, 가로등 불빛만이 졸린 눈을 깜빡이는 시간이다. 하지만 우리 하숙집의 심장부, 주방은 이미 뜨거운 열기로 요동치고 있었다.
'탕! 탕! 타다다닥!'
도마를 때리는 경쾌한 칼질 소리가 알람 소리보다 먼저 방 안으로 침투했다. 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지만, 이내 들려오는 '챙그랑' 국자 부딪히는 소리에 결국 항복하고 말았다. 정희 씨의 새벽은 늘 그렇게 소란스럽고도 당당하게 시작된다.
부엌으로 나가보니, 정희 씨는 이미 전투 태세였다. 커다란 양은 솥 두 개가 가스레인지 위에서 하얀 김을 뿜어내고 있었고, 정희 씨는 한 손엔 국자를, 한 손엔 간장병을 든 채 마치 지휘자처럼 주방을 휘젓고 있었다.
"아줌마, 오늘 무슨 잔치라도 해요? 새벽부터 왜 이렇게 요란해요."
내 말에 정희 씨가 국자를 공중에서 한 번 휘두르더니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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