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 씨의 시험 전날이었다. 하숙집의 공기는 마치 살얼음판 같았다. 8년을 이 골목에서 버틴 지훈 씨의 마지막 승부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거실을 지나갈 때도 발소리를 죽였다.
정희 씨는 평소보다 일찍 부엌으로 나갔다. 쩌렁쩌렁하던 사투리 대신,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도 신중했다.
"아지매, 오늘 메뉴는 뭐예요?"
내가 조심스레 묻자 정희 씨는 말없이 냄비 뚜껑을 열어 보였다. 소고기를 듬뿍 넣고 푹 고아낸 **'무국'**이었다. 미역국은 미끄러질까 봐 안 되고, 죽은 죽 쑬까 봐 안 된다는 정희 씨만의 징크스가 담긴, 가장 맑고 든든한 국이었다.
"지훈아! 고마 기 나와서 밥 묵어라!"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