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새벽 5시면 주방을 깨우던 도마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연희동 하숙집의 아침을 알리는 정희 씨의 사투리 대신, 집 안을 채운 것은 무거운 적막이었다. 지훈 씨와 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 부엌으로 모여들었다. 가스레인지는 차갑게 식어 있었고, 정희 씨가 늘 입던 낡은 꽃무늬 앞치마는 싱크대 모서리에 힘없이 걸쳐져 있었다.
"아지매? 아직 주무시는가?"
지훈 씨가 조심스레 정희 씨의 방 쪽을 살폈다. 대답이 없었다. 우리는 겁이 덜컥 났다. 조심스레 문을 열어보니, 정희 씨가 두꺼운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채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이마에 손을 대보니 불덩이였다.
"아이고, 아줌마! 열이 왜 이렇게 높아요!"
"가... 가시나야, 와 호들갑이고... 내 괘안타. 그냥 좀 몸살기가 있는 갑다."
정희 씨는 그 와중에도 갈라진 목소리로 사투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몸을 일으키려던 그녀는 이내 어지러운 듯 다시 베개 위로 쓰러졌다. 15년 넘게 하루도 쉬지 않고 하숙생들의 밥을 차려온 정희 씨였다. 낡은 앞치마의 보풀만큼이나 그녀의 무릎과 어깨에도 세월의 피로가 켜켜이 쌓여 있었을 것이다.
"아지매, 가만히 계이소! 오늘은 제가 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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