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골목에 아침부터 낮게 깔린 먹구름이 결국 참지 못하고 굵은 빗줄기를 쏟아냈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타다닥' 하며 하숙집 전체를 울렸다. 이런 날은 왠지 마음도 눅눅해져서 방 안에서 꼼짝도 하기 싫어진다.
하지만 정희 씨의 부엌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쉬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비 오는 날이면 평소보다 더 분주했다. '치이익-' 소리와 함께 고소한 기름 냄새가 거실을 가득 채웠다.
"비도 오는데 방구석에서 곰팡이 피우지 말고 다들 기 나오나! 파전 구웠다!"
그 소리에 지훈 씨도 나도, 마치 홀린 사람처럼 부엌으로 모여들었다. 커다란 접시 위에는 쪽파가 통째로 들어간 파전이 노릇노릇하게 익어 있었다. 정희 씨는 막걸리 한 사발을 쭉 들이키더니 젓가락으로 파전을 쩍쩍 찢어 우리 앞에 놓아주었다.
"아줌마, 오늘 파전에 해물이 진짜 많네요. 남는 게 있으세요?"
내가 묻자 정희 씨가 창밖 빗줄기를 보며 툭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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