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것을 얻기 위한 노력

나는 친구를 사귀지 않는다 #8

by권비앤


어느 순간부터 잔잔한 일상과 소소한 생활 에피소드를 다루는 드라마가 평범하게 느껴졌다. 가족 이야기나 친구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 흥미롭지는 않았다.


아마도 비슷한 상황 속에 늘 둘러싸여 살아서였을 것이다. 현실에서도 가족과 부딪히고,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데 드라마 속에서도 같은 고민과 갈등을 마주하는 일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현실의 나도 지치는데 화면 속에 내 일상이 그대로 비치는 것 같았다.


대신 점점 더 강한 이야기에 끌렸다. 도파민을 자극하는 소재, 예측할 수 없는 전개, 현실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세계들이 호기심을 건드렸다. 그런 이야기들은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난 기분을 주었고, 어느새 OTT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도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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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현실을 외면하고 싶을 때 잠시 빠져나갈 수 있는 탈출구가 필요했다. 영상 속 세상에 몰입하며 상상하고 착각하는 동안에는 현실의 고민도 잠시 멀어졌다. 그 시간은 생각보다 큰 위안이 되었다.


화면 속 살아 있는 인물들을 보면서 문득 나 역시 저렇게 생생하게 살고자 노력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하지만 영상이 끝나고 다음 날이 되면 다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하루가 반복되었다.


생각해 보면 내 삶도 꽤 평범했다.

때가 되면 학교에 가고, 시험을 치르고, 진학을 하고, 일자리를 찾았다. 선호하는 일자리와 나에게 맞는 환경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고, 20대는 갈팡질팡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어느새 30대가 되었고, 결혼과 출산, 양육의 시간으로 이어졌다.


지금 돌아보면 자연스럽게 흘러온 단조로운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공짜로 얻어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남들처럼 사는 것이 이렇게까지 노력해야 하는 일인지 몰랐다. 친구들이 취업을 하면 나도 온라인 게임생활을 해야 할 것 같았고, 하나둘 결혼을 하면 괜히 마음이 조급해졌다. 친한 친구의 아기를 처음 보던 날은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비현실적인 일처럼 느껴졌다.


언제쯤 나도 그들과 같은 선상에 설 수 있을까.

그 시절의 나는 늘 선택 앞에서 고민했다. 미래를 걱정했고, 불안했고, 흔들렸다. 그만큼 나 자신이 생생하게 느껴지던 시기이기도 했다.


지금은 다르다.

선택한 것들을 지켜내며 개인이 아닌 가족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모두에게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상황을 계획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나 자신은 예전만큼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대신 예측 가능한 일상 속에서 안정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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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기 위해 참 많이도 애써 왔구나.


한때는 너무 평범해서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일상도 사실은 수많은 선택과 고민, 불안과 노력 끝에 얻어낸 결과였다. 생생하게 살고 싶어 아파했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평범함도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OTT 속 인물들의 격렬한 삶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보며 잠시 설레고 흔들리다가도, 결국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평범한 일상이 내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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