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심이 되는 비교
당구모임 뒤풀이 자리였다. 한 친구가 재산 관련된 세금 액수를 말하며, 너무 많이 나왔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단지, 요즘 세금이 많이 올랐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모두 이구동성으로 부러움의 감탄사를 연발한다. 순간적으로 자신의 세금고지서에 명시된 초라한 액수를 떠올려 본 것이다. 그 친구는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었을지라도, 모두는 자신의 위치와 비교하고 있었다. 나도 의문이 들었다. 직업군인의 여정을 같이 밟아왔는데, 물려받은 게 많았나? 아등바등 살아온 아내의 찌든 모습이 보잘것없이 여겨졌다.
가볍게 던진 한 마디가 모두를 참담한 기분으로 몰아간 셈이다. '비교' 때문이다. 나도 비교모드를 가동할 수밖에 없었고, 낮아 보이는 내 위치를 확인하며 한탄했다. 학생 시절부터 군 생활 내내 비교의 늪에서 허덕인 기억이 많은데, 아직 그런 감정에 애달파해야 하는지 답답했다. 어쩌면 앞으로도 비교라는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힘들겠다는 위기감이 들기도 했다. 비교라는 말, 의미를 되짚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나이 들어가며, 비교 때문에 자존감을 손상받는 구렁텅이에서 빠져나가고 싶었다.
비교(比較)가 차이점에만 편중되어 사용된다는 느낌이다. 본래 의미는 '둘 또는 그 이상의 사물이나 현상을 견주어 서로 간의 유사점과 공통점, 차이점 따위를 밝히는 일'이다. 의미상 유사점과 공통점을 먼저 내세우고 있다. 비슷한 말로 대조(對照)가 있다. 이 말도 '둘 이상인 대상의 내용을 맞대어 같고 다름을 검토함'이다. 그러나 비교만큼 차이점을 부각해, 사람에게 폐해를 주고 있지는 않다. 글을 쓰는 기법에 비교와 대조가 언급된다. 유사성을 부각하면 '비교', 차이점을 부각하면 '대조'라고 되어있다. 이렇듯 비교가 차이점에만 집중해 감정 손상까지 연결되어야 할 단어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추가로 말하고 싶은 것은, 비교가 상향비교에 기울어져 있다는 점이다. 심리학에서 비교는 상향비교와 하향비교로 나누고 있다. 상향비교는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동기부여를 주거나 무기력감에 빠지게도 한다. 상대적으로 하향비교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며, 자존감을 높여주거나 교만한 감정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슬롯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상향비교에 편중되어 자신을 비하하며 무기력감에 빠지는 것이다. 하향비교가 교만한 감정에 빠지게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폐해를 안겨준다.
내 생각이야 어떻건 간에, 비교는 이미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필수적 기능이 되어버렸다. 타인을 바라보면 여지없이 작동되는 감각 말이다. 요즘같이 SNS가 발달된 문화의 틈바구니에서 비교의 늪을 벗어나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상대의 최정점의 모습과 현재의 나를 견주어 보면서, 초라한 나를 바카라망하게 된다. 심지어 '남과 비교하는 것은, 인생을 지옥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분명 문제인 것은 확실하지만, 이미 슬롯적 현상이 되어버려 진 느낌이다.
한창 시절, 비교로 인한 감정 손상이 셀 수 없이 많았다. 때론 자극제로 작용되며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다. 그 과정이 점철되어 현재까지 이르게 되었다. 감정은 손상받았지만 무기력으로 빠지지 않았고,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인식하고 노력을 배가하는 계기로 삼았기 때문이다. 정년퇴직을 하고 난 지금은 다르다. 어쩌면 한창 시절보다 폐해가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자극제로 삼아 마음을 가다듬기에는 너무 멀리 왔고, 더 올라갈 곳이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제까지 살아온 인생 전부를 부정당하는 기분까지 안겨준다. 그만큼 쌓아온 자존감을 지켜가야 할 필요성이 큰 것이다.
비교의 존재는 인정할 수밖에 없더라도 비교의 방향을 바꾸는 노력은 필요하다. 우선,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박탈감에 우선해 상대가 그 위치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에 집중한다. 출발점의 차이, 노력의 정도, 고난 감내 여정 등을 확인하고 그 위치를 인정해 주려는 시도이다. 그 거울에 자신을 비춰 보고 객관적 입장에서 나를 바라보는 습관을 가져보는 것이다. 그리고 차이점보다는 유사점과 공통점, 상향비교에 편중하기보다는 하향비교도 병행하는 균형감각을 길러야 한다. 관점은 나를 박하게 놓은 상태에서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고, 나를 중심에 놓은 상태에서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다. 더 이상, 고난을 감내해 온 아내의 모습이 하찮게 여겨지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