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나나의 배꼽인사
젊었을 땐 몰랐다.
샌들에 흰 양말 신은 아저씨들을 보면
왜 저렇게까지 편함을 추구하나 싶었다.
패션은 포기한 건가
거울은 안 보나
속으로 살짝 웃기도 했다.
그런데 중년이 되니
알겠다.
그건 '포기'가 아니라
'진화'였다.
발은 시원한데
양말은 땀을 잡아주고
뒤꿈치는 안 까지고
무엇보다
벗고 신기가 세상 편하다.
게다가
발톱 상태까지 남에게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한번 그 조합을 경험하면
인간은 다시 돌아가기 어렵다.
처음엔
“잠깐 집 앞만…” 이었다가
어느 순간 마트도 가고
카페도 가고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자신감이 생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남의 시선보다
내 발 편한 게 중요해지는 나이가 온다.
중년의 패션은
멋보다 기능이고
스타일보다는 생존에 가깝다.
허리 안 아픈 바지
발 편한 신발
주머니 많은 옷이
최신 유행보다 소중해진다.
그래서 오늘도
누군가는 당당히
샌들에 흰 양말을 신는다.
그건
패션 감각을 잃은 게 아니라
인생의 우선순위를
깨달은 사람의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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