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오춘기를 나만 모르고 있었다

by황규석

나만 모르는 중년의 오춘기에 관하여

― 바나나의 배꼽인사


사춘기는 알고 있다.

괜히 예민하고 별일 아닌데도

세상이 나를 이해 못 하는 시기.


그런데 중년이 되고 보니

인생엔 또 한 번의 춘기가 있었다.


이름하여

오춘기.


분명 어른인데

마음은 자꾸 흔들린다.


괜히 혼자 있고 싶다가도

또 누가 연락 안 오면 서운하고


조용히 살고 싶다가도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예전엔 참아지던 일들이

이상하게 더 거슬리고


별것 아닌 말에도

괜히 마음이 오래 남는다.


거울 앞에 서면

흰머리와 뱃살은 늘어났는데


마음 한구석엔 아직

청춘이 안 늙고 남아 있다.


그래서 중년은 가끔

자기 자신도 이해가 안 된다.


갑자기 운동화를 사고 싶고

캠핑카를 검색하고

섹스폰을 배우고 싶다가

다음 날엔 허리 파스를 붙인다.


젊을 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

다시 철없어지고 싶은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래서 오춘기는

늦게 온 철없음이 아니라


너무 오래 참고 살아온

마음의 반항인지도 모른다.


가족 때문에,

먹고사는 일 때문에,

바카라임 때문에


늘 ‘괜찮은 어른’으로 살아왔으니까.


중년의 오춘기는

사람을 망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제 당신 인생도 좀 살아보라”고

늦게 찾아온 마음의 신호에 가깝다.


그래서 오늘도

괜히 옛 노래를 크게 틀고


쓸데없이 여행, K-pop, 또는 드라마를 보며

혼자 웃다가 눈물이 핑 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듯.


오춘기란

늙어가는 증거가 아니라


아직 마음속 청춘이

살아 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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