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2회 헌혈 - 이 완벽하고 다정한 선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바늘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찰나의 따끔함. 그것은 내가 살아있음을, 그리고 곧 누군가를 살릴 것이라는 신호탄이다. 투명한 관을 따라 붉은 혈액이 흐르기 시작하면, 마음 한구석에서 묵직하게 들어차는 온기가 느껴진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그렇게까지 주기적으로 헌혈을 하느냐"라고, "귀찮지도 않으냐"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 헌혈은 단순한 봉사나 일회성 선의가 결코 아니다. 물론 명예욕도 절대 아니다.
헌혈을 마치고 노란 유공장이나 소소한 기념품을 손에 쥐고 돌아설 때, 내 안에서는 작은 축제가 열린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따뜻한 촛불 효과(Warm Glow Effect)'라 부른다지만, 나에게는 그저 '내가 세상에 무언가 작은 온기를 보탰다'는 감각이다.
그 순간 뇌 속에서 번지는 도파민과 옥시토신의 잔상은 생각보다 강렬하다.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무력감이 헌혈의 집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만큼은 가볍게 휘발된다. 뇌는 이미 이 경험을 '가장 기분 좋은 성공'으로 기억하고 있기에, 한두 달이 지나면 자연스레 그 온기를 다시 갈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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