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정복자의 조건

인간의 밑바닥 욕망은 항상 간당간당한 시간에 본색을 드러내니까요

by황규석

제9화: 정복자의 조건


바닥에 산산조각 난 위스키 잔 조각 위로 알코올 향이 진하게 진동했다.


정원에 모여 있던 재벌 3세들의 숨소리마저 정지한 듯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을 등에 업고 오만방자하게 굴던 강진혁 부사장의 얼굴은 허옇게 질려 있었다. 자신이 자부하던 성진물산의 핵심 사업 '한남동 바이오 클러스터'의 명줄을, 고작 알바생 출신이라 경멸하던 윤태성이 완전히 쥐고 흔들고 있었다.


"윤태성…… 네놈이 감히 성진의 사업을 건드려?"


강진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이빨을 깨물었다.


"성진의 사업이 아니라, 강 부사장님의 '후계자 입지'를 건드린 겁니다."


태성은 정장 단추를 고쳐 매며 냉정한 눈빛으로 강진혁을 내려다보았다.


"성진그룹 강 회장님께서 이번 바이오 클러스터 성과를 보고 가문의 차기 후계자를 지목하겠다고 공언하셨죠. 만약 이 사업이 부지 확보 실패와 특허 분쟁으로 원점에서 무산된다면…… 방계 친척인 강승현 전무에게 자리가 넘어가지 않겠습니까?"


"이…… 이 나쁜 새끼가!"


강진혁의 약점을 정확하게 찌른 타격이었다. 강진혁은 오만한 귀족이었지만, 가문 내부의 피 튀기는 지분 싸움 앞에서는 누구보다 불안에 떠는 겁쟁이에 불과했다.


태성은 엎드려 있는 도사견 케인을 뒤로한 채, 강진혁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선택하십시오. 저를 적으로 두고 성진의 후계자 자리에서 쫓겨나시겠습니까, 아니면 네오바이오와 손을 잡고 성진물산의 공적을 온전히 회장님께 바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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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눈물 많은 걷기 중독자. 복종에 익숙한 을. 평생 을로 살아갈 예정. 전 영화세상, 대전 씨네마떼크 컬트 대표. 전방위 무규칙 잡종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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